[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선물에 숨은 경제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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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선물하는 사람은 선물을 받은 이가 크게 만족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실현하는 데 선물은 그리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다. 상대방이 직접 고르는 물건만큼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선물이란 방식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신호 보내기’ 효과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사랑하는 연인에게 현금을 주는 것보다 선물하는 게 훨씬 긍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선물할 경우 선물을 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여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물 받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를 선물의 내용과 성격을 통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즉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었지만 꼭 필요한 물건을 사온 남자친구 혹은 스쳐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을 기억하고 해당 물건을 선물한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런 연인에게는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특이한 점은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은 ‘현금’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부모님에게는 굳이 ‘신호 보내기’ 효과를 가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이미 정서적으로 서로 간의 마음이 명확히 확인된 가족이다. 부모님께는 가장 필요한 물건을 전달해 그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데만 관심을 두면 된다. 이때 가장 합리적인 방식은 ‘현금’이다.
선물에는 이처럼 서로 간의 마음을 확인하는 합리적인 기제가 내재돼 있기 때문에 인류는 오랜 기간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을 이어온 게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