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국에 뒤진 4차 산업혁명… 상품 기획·브랜드로 특화를

차이나 이노베이션

윤재웅 지음 / 미래의 창 / 248쪽 / 1만4000원
작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7’에서 가장 돋보인 기업은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었다. 3800여 개 참가 업체 중 3분의 1이 중국 기업이었다. 이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기술을 선보였다.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DJI,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오른 BYD,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등은 중국 기업이 더 이상 ‘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시장 선도자’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중국 전문가인 윤재웅 선대인경제연구소 중국경제센터장은 ≪차이나 이노베이션≫을 통해 세계의 공장에서 혁신 국가로 빠르게 변신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중국 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중국의 거대 ICT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미국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 하며 시작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이베이를,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는 구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웨이보는 트위터를 모방했다. 하지만 이들은 질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서비스를 창조했다.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텐센트의 위챗도 이스라엘의 유명 메신저 ICQ를 따라 한 QQ에서 시작했다. PC 기반이었던 QQ는 기존 메신저에 없던 유료 아바타 서비스를 채택하며 성장했다. 모바일 기반인 위챗으로 옮겨와서는 택시 호출, 미용실 예약, 음식 주문 등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지금은 모바일 결제시스템 위챗페이를 통해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저자는 중국 정부의 일관된 산업 정책과 강력한 재정 지원도 혁신기업의 등장에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판매대수 기준)로 성장한 이면에는 중국의 전기차 확대 정책이 있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신차 생산량의 8%를 전기차로 강제하고 2020년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량 목표치를 500만 대로 정했다. DJI의 성장도 드론산업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DJI의 본거지가 있는 선전시는 ‘항공우주산업 발전 규획’을 제정해 일정 기준 이하의 드론은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비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이 강점을 지닌 제조 부문보다 상품 기획, 브랜드 구축 등 고부가가치 부문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