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외인재 블랙홀' 되나… 노벨상수상자·기업인에 10년짜리 비자 발급

과학자·명문대 박사후과정 등 외국인 고급인재 확보에 '사활'
장기비자 하루만에 무료로 발급

지방정부도 해외유학 떠난 자국 인재들 귀국시켜 지원
중국이 글로벌 인재 유치 총력전에 나섰다. 세계적인 과학자와 기업인 등을 영입하기 위해 10년짜리 비자 발급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놨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활약하는 중국 출신 인재를 불러들이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해외 고급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집권 2기 경제 발전의 새 동력으로 인재 수요가 많은 첨단과학 육성을 제시했다. 세계 곳곳에 값싼 인력을 공급해 오던 중국이 글로벌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고급 인재 확보 혈안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인재 규정에 부합하는 외국인 고급 인재에게 5년 또는 10년짜리 장기 비자를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 비자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외국전문가국이 지난 2일부터 외국인 고급 인재를 인증하는 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인 인재는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국가 및 성(省)급 스포츠팀에서 활동하는 코치와 선수, 중국 국유 언론사에 영입된 사장 및 편집인, 중국 외 세계 일류대학 박사후과정 연구원, 중국 평균 임금보다 여섯 배 이상의 임금을 받는 외국인 등이다. 지난해 베이징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은 9만2477위안(약 1520만원)이다.

이들에게는 하루 만에 무료로 비자를 발급한다. 10년까지 유효기간을 주면서 한 번 방문할 때마다 18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체류기간(90일)보다 두 배로 늘려준 것이다. 배우자와 자녀에게도 동반 비자 형식으로 같은 혜택을 준다.

중국은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취업비자 발급에 제한이 많고, 이미 발급한 비자에도 수시로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 통제한다. 취업비자를 받아도 매년 또는 2년에 한 번 갱신해야 한다. 이번에 새로 도입한 비자정책은 본국과 중국을 자주 오가는 외국인 고급 인력이 편하게 일하고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중국 정부는 미국과 유럽을 따라잡는다는 전략에서 2004년부터 과학자, 발명가, 기업 경영인 등 국가에 크게 공헌할 수 있는 외국인에게 영구거류증(그린카드)을 주기 시작했다. 2016년 2월 국가기관과 연구소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만 주던 그린카드 발급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그린카드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중국 정부는 또 외국인 고급 인재를 정부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러시아의 장비제조 전문가, 쿠바의 생물학 전문가 등 외국인 인재가 대거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부터 ‘인재 굴기’ 나서중국 정부는 인재 확보가 경제·산업 발전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해외에 있는 자국 출신 인재를 본토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적극 펴 왔다. 2008년부터 시작한 ‘천인(千人)계획’이 대표적이다.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주관한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세계 일류 대학교수와 다국적 기업의 기술 전문가 등 슈퍼급 인재 1000명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대우는 각별하다. 영입이 확정된 인재에겐 100만위안이 넘는 보조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영주권을 발급한다. 각종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정부가 직접 나서 자녀 취학도 도와준다. 당초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2010년부터 외국인으로 대상을 넓혔다.

2012년 9월에는 ‘만인(萬人)계획’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향후 10년 동안 자연과학, 철학, 사회과학 분야 등의 고급 인재 1만 명을 키우겠다는 프로젝트다.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세계적인 과학자 100명(1등급)을 배출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만인계획은 인재를 1~3등급으로 구분했다. 선발 인원은 1등급 외에 국가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필수 인재(2등급) 8000명, 발전 잠재력이 큰 35세 이하 인재(3등급) 2000명이다. 이들에겐 연구과제 선정부터 처우까지 특별 대우해준다. 연구과제는 스스로 정하게 하고 번잡스러운 보고는 면제해준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각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은 해외 유학을 갔다가 현지에 정착한 중국인 인재를 귀국시키기 위해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최고 50만위안의 창업 자금과 임대아파트 등을 제공한다. 중국의 재외공관도 귀국을 원하는 유학생에게 창업경진대회 참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내 귀환을 유도하고 있다.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공부한 중국인 유학생 중 82%인 43만2500명이 귀국했다. 2012년(72%)에 비해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