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vs 하먼… 장타왕, 퍼팅왕에 진 빚 갚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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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왕중왕전 3R‘장타왕’ 더스틴 존슨(미국)은 지난해 5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4개 대회 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달성할 뻔했다. 그는 제네시스오픈과 WGC멕시코 대회, WGC 매치플레이 대회를 잇달아 제패하며 파죽의 3연승을 기록한 터였다. 허리 부상으로 한 달간의 공백 끝에 출전한 웰스파고챔피언십을 제패할 경우 2007년 타이거 우즈(7연승) 이후 처음으로 4연승 이상을 올린 선수가 될 수 있었다. ‘10년 만의 영예’는 그러나 그의 몫이 되지 못했다. 무명이나 다름없던 브라이언 하먼(미국)에게 막판 우승 트로피를 뺏겼기 때문이다. 하먼은 마지막 18번홀에서 10m가 넘는 버디 퍼트를 극적으로 성공시켜 존슨을 1타 차로 따돌렸다. 대회가 끝난 뒤 둘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하먼이 “당신과 무자비한 연장전에 가지 않으려면 그 퍼팅만은 꼭 성공시켜야 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존슨은 “연장전 평화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존슨, 16언더파 단독선두
하먼, 2타차로 바짝 추격
굳히기냐… 뒤집기냐
우승 트로피 놓고 맞대결
지난해 웰스파고챔피언십서 4개대회 연속 제패 노린 존슨
마지막홀서 10m 버디 잡은 하먼에 아깝게 우승 내줘
쇼트게임까지 정교해져… '퍼펙트 골퍼' 거듭난 장타왕
비슷한 상황이 재연돼 골프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 34명이 출격한 올해 첫 PGA 투어 대회 세인트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총상금 750만달러) 최종라운드가 존슨과 하먼의 대결로 압축돼서다. 7일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까지 존슨이 16언더파를 쳐 1위에 올랐고, 하먼이 14언더파를 기록해 2위로 존슨을 바짝 뒤쫓고 있다. 둘은 8일 한 조로 우승 트로피를 다투게 됐다. 존슨은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기억은 잊어버린 지 오래”라며 반전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를 경계했다.이번 대결은 ‘장타계의 지존’과 ‘퍼팅계의 달인’ 간 격돌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존슨은 설명이 필요 없는 장타왕이다. 키 193㎝의 거구에서 평균 315야드를 쳐 2016~2017시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위(1위는 로리 매킬로이)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만 4승을 거뒀다. 골프계에선 세계랭킹 1위인 그를 올해 가장 강력한 4대 메이저 대회 우승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완전히 달라진 골프를 구사하고 있어서다.
통산 16승을 기록 중인 그는 엄청난 장타력을 지녔지만 정교한 골프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첫 메이저 대회(US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후에만 6승을 추가하는 등 뚜렷한 상승세다.“쇼트게임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비거리와 정교함을 결합한 ‘퍼펙트 골프’로 가고 있다”(장활영 SBS 해설위원)는 평가도 나온다. 존슨의 지난 시즌 그린 적중률은 69.52%로 전체 9위에 올라 있다. 홀에 가까이 붙이는 능력이 6위(평균 33피트 5인치)다. 지금까지 투어에서 활동하며 얻어낸 자신의 최고 기록이다.
이에 비하면 하먼은 얼핏 열세처럼 보인다. 키 170㎝, 세계 랭킹 27위인 하먼의 비거리는 289.9야드로 116위다. 그렇다고 정확도가 좋은 편도 아니다. 드라이버 정확도가 70위(62.8%), 그린 적중률은 더 떨어져 137위(63.78%)다. 하지만 퍼팅부문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종합 퍼팅 능력이 PGA 투어 전체 1위다. 퍼팅과 관련한 주요 통계 지표를 모두 20위권 안에 올려놓은 결과다. 퍼팅으로 타수를 줄인 지수가 0.542로 5위, 평균 퍼팅이 1.738로 9위다. 티잉그라운드와 페어웨이에선 그저 그런 선수지만, 그린에만 올라가면 펄펄 날아다닌다는 얘기다.
이번 대회장은 전장이 7452야드로 비교적 길다. 하지만 내리막이 많아 단타자들에게도 결코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하먼 역시 532야드짜리 파5홀인 5번홀에서 2온 1퍼트로 이글을 잡아내기도 했다. 장활영 위원은 “단타자의 가능성을 확인한 지난해의 역전 데자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