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추락하는 원·달러 환율… 적정 수준은 얼마인가?

원화, 실효환율지수로 볼 때 고평가
"양극화형 경상흑자 줄여나가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원·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달러 대비 원화 가치 절상)하고 있다. 원화 가치는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 △뒤늦은 달러 투자자의 보유 달러 처분 △외국인 자금 유입 △금리 인상(작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 인상) △지정학적 위험이 일부 완화됨으로써 작년 초 이후 12% 절상됐다.

원화 가치가 절상됨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후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의 경기가 호조세를 지속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해빙될 조짐임을 감안하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은 단순히 지켜볼 만한 상황은 아니다. 올해 수출 증가세는 더 꺾일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현시점에서 원화가 얼마나 고평가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실효환율지수를 구해볼 필요가 있다. 실효환율지수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결제은행(BIS) 등에서 발표하고 있으나 △구성 통화 △가중치 △거래 대상 품목 △업데이트 주기 △실질실효환율 디플레이터를 활용한 산출 방식에 차이가 있어 일률적이지 않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IMF의 실효환율지수는 최대 164개국을 대상으로 제조 품목과 더불어 원자재의 화폐 가치 등을 평가 대상에 포함해 산출한다. OECD 실효환율지수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30개 회원국과 아시아 7개국의 실효환율을 산출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유용하다.

IMF 실효환율지수로 평가한 원화 가치는 장기 평균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의 실질원화지수는 작년 10월 149를 기록해 2010년 대비 49% 절상, 최근 5년 평균 대비 10% 이상 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고평가돼 왔음을 의미한다. OECD와 BIS 방식으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국제기관에서 발표하는 실효환율지수는 월간 환율 공표에 따른 일간 환율과 시차, 무역거래 과정에서 사용되는 결제통화는 수출국 통화, 수입국 통화 또는 제3의 매개통화(vehicle currency)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실효환율 체계에서는 단순 수출입 비중만을 고려하는 한계가 있다.

원화 가치의 절상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IMF, OECD 실효환율지수가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해 ‘일간 및 월간 결제통화 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와 함께 ‘수출 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를 새롭게 산출해 봤다. 두 지수 모두 다른 지수와 비교하기 위해 2010년 1월을 100으로 일치시켰다.결제통화 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는 한국은행에서 발표하고 있는 월간 무역 결제통화 비중을 가중치로 활용했다. 통계발표 주기상 4개월 시차와 일간 환율 변동 폭에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3개월 이동평균을 산출해 4개월 선행 적용했다. 가중치는 작년 11월 기준 미국 달러 0.84, 유로 0.05, 일본 엔 0.03, 중국 위안 0.02, 러시아 루블, 영국 파운드, 브라질 헤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 등 기타 환율 0.06을 반영했다.

수출 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에서는 월별 수출 및 물가지수 접근이 가능한 총 53개 국가를 대상으로 추정했다. 연쇄지수 방식을 통해 가중치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으며, 실질실효환율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했다. 가중치는 작년 11월 기준 중국 0.29, 미국 0.12, 베트남 0.10, 홍콩 0.09, 일본 0.07을 반영했다.

두 기준으로 실효원화지수를 산출한 결과 원화 가치가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결제통화 방식으로 달러당 1107원, 수출 비중 방식으로는 1095원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이탈(undershooting 혹은 overshooting)하는 경우가 있겠으나 적정 수준을 중심으로 상하 50원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작년처럼 국내 수출과 경기, 증시 간의 선순환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화 가치 고평가 요인부터 해소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경상수지흑자다. 특히 우리처럼 반도체 쏠림 현상에 따른 ‘양극화형 경상흑자’는 질적으로 안 좋아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급히 줄여나가야 한다.

원천 면에서 경상수지흑자가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작다면 운용 면에서 해외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외환시장에 들어오는 달러 물량을 줄여야 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IMF가 권장하는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 permanent sterilized intervention)’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