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 "시장의 정보 비대칭 가장 쉽게 없애는 방법은 규제 폐지하는 것"

2016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오철 상명대 교수와 대담

정부는 계약이 이행되도록 강제하는 것이 주 역할
차등의결권 논쟁에 정부 개입 말고 시장에 맡겨야
법인세율 올리면 이중과세 논란 더 커져
올리버 하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1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상이 주인을 찾았다는 찬사가 나왔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하트 교수가 너무 유명해 이미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트 교수가 ‘계약이론’ 분야에서 이미 거장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가정을 접목해 ‘계약이론’의 토대를 닦은 하트 교수는 “시장의 비대칭정보를 가장 쉽게 없애려면 정부가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재분배를 위해 법인세를 올린다는 발상은 그릇된 생각”이라는 뜻도 분명히 했다.하트 교수를 지난해 말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가 만났다. 오 교수는 하트 교수의 저서 《기업, 계약 그리고 금융구조》(한국경제신문)를 번역했다.


▷계약이론을 쉽게 설명한다면.

“경제활동 자체는 수많은 계약의 연속입니다. 공기업 민영화, 기업 인수합병 등 결국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 계약으로 표현됩니다. 계약은 당사자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에 이롭죠. 계약이론은 계약의 방식이나 설계가 경제 주체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계약 자체를 분석하는 학문이에요.”▷불완전 계약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해 계약을 맺는다는 고전 경제학의 가정은 비현실적입니다. 사람들은 비대칭적이고 불완전한 정보를 갖고 계약을 맺죠. 모든 계약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현실에서 중요한 문제는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부분을 누가 정하냐는 점인데요. 자산에 지배력을 미칠 수 있는 통제권을 보유한 사람이 정하게 된다는 게 계약이론의 핵심입니다.”
올리버 하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오른쪽)가 지난해 말 대담을 위해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연구실을 찾은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경DB
▷통제권은 누가 갖게 됩니까.“일반적으로 소유권을 보유한 사람이 갖게 되죠. 한 기업이 하청업체와 원료 공급 계약을 맺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기업이 갑작스럽게 생산을 늘리기 위해 추가 공급을 요청해도 하청업체가 반대하면 공급을 강제할 수 없죠. 원료 공장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하청업체에 통제권이 있는 상황입니다. 통제권이 없어 발생하는 비용이 하청업체를 합병하는 비용보다 커지면 기업은 합병에 나서게 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완전성을 줄이려고 경제 주체가 움직이는 셈이죠.”

▷원활한 계약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규제를 없애 시장의 비대칭 정보를 없애야 해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왜곡이 발생합니다. 예컨대 정규직 해고를 어렵게 하는 법을 제정하면 채용 자체가 줄어들게 됩니다.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고 모험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대칭 정보가 만연한 노동시장에선 기업은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뽑을 수밖에 없죠. 해고를 어렵게 하는 노동법은 기업에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뽑으라고 독려하는 효과가 있습니다.”▷정부는 필요없는 존재라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정부는 계약 이행을 강제해야 합니다. 해고가 자유로우면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필요한 정원보다 많은 수를 뽑고, 관찰해 직원의 정보를 파악한 뒤 채용 기간을 정하게 될 겁니다. 이러면 수요 공급 원칙에 따라 고용 기간과 임금이 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계약 기간 등을 직접 정할 게 아니라 시장에서 정한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한국과의 인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세대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학생들을 잠시 가르쳤습니다. 한국은 2000~4000원짜리 커피 한 잔도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매우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곳으로 기억합니다. 미국은 아직도 작은 금액은 현금을 내야 합니다. 무선인터넷 등 정보기술(IT)이 크게 발달한 것이 인상에 남습니다.”

▷차등의결권을 한국에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옵니다.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무엇을 적는지에 대해선 제한이 있으면 안 됩니다. 계약의 자유는 철저하게 보장돼야 해요. 중요한 건 계약할 때 당사자들한테 정보가 투명하게 전달됐는가입니다. 주식의 차등의결권도 마찬가지죠. 의결권이 작은 주식은 가격이 낮고 의결권이 큰 주식은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차등의결권은 문제가 없고 허락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주주권 보호 등을 이유로 개입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에요.”

▷한국 정부는 법인세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인세는 이중 과세 문제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조세죠. 법인세를 물리면 이익에 대해 기업 차원의 과세를 한 뒤 주주배당금에 소득세를 또 매기게 됩니다. 많은 경제학자는 법인세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조세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 행정비용을 높이는 등의 부작용이 있는 법인세는 낮춰야 합니다.”

▷세금을 낮추자는 소리로 들립니다.

“모든 세금을 낮추자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 왜곡을 주는 조세제도를 손보자는 것이죠. 법인세를 낮춘 만큼 소득세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득 불평등 심화는 세계적인 문제로 부각됐죠. 부자들에게 세율을 올려 소득 재분재를 고려하는 동시에 법인세를 내리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올리버 하트 교수는

올리버 하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학계에서 ‘계약이론의 대가’로 불린다. 과정이 투명하고 이행이 강제된 계약이 개인의 호의에 기대는 관행보다 행복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최근에는 이 논리를 행동경제학에 접목해 어떤 계약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실험을 통해 연구해 고전 계약이론의 한계점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트 교수는 현실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들고나오자 경제학자 370명과 트럼프에게 투표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작성하기도 했다.△1948년 영국 런던 출생
△196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과 졸업
△1972년 영국 워릭대 경제학 석사
△1974년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1985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1992년 영국런던정치경제대학(LSE) 방문교수
△1993년 미국 하버드대 교수
△2014년 연세대 상경대학 SK 석좌교수
△201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정리=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