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클래식 화두는 런던파워·젊은 관악주자·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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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민의 다성다감해가 바뀔 때마다 한 해의 화제가 될 음악회 날짜를 살펴보고, 예약 사이트를 들여다보는 기쁨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올해도 다양한 음악회가 펼쳐진다. 각기 다른 공연이지만 몇 개를 묶어보거나 겹쳐보면 그 안에는 국내외 음악계의 흐름과 경향이 들어가 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런던의 힘’이다. 롯데콘서트홀 기획공연으로 10월을 장식하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런던에 근거지를 둔 교향악단이다. 런던은 클래식음악이 발달한 주요 도시 중 하나지만 유럽의 여느 도시에 비해 교향악단의 역사는 짧다. 1904년 창단된 런던심포니를 비롯해 런던필하모닉(1932~), 로열필하모닉(1946~), 필하모니아(1945~), 계몽시대 오케스트라(1986~) 등이 그렇다. 작년에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국내 팬에게 고별인사를 한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런던심포니 수장으로서 첫인사를 한다. 필하모니아의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은 20세기의 음악사를 빛낸 번스타인, 버르토크, 라벨의 작품을 무기로 삼았다. 이 중 탄생 100주년을 맞은 번스타인의 교향곡 2번을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협연으로 선보인다. 지메르만은 작년에 베를린 필 내한에 조성진을 추천한 사람이다.두 번째는 ‘젊은 숨’이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 관악주자들의 독무대를 만날 수 있다.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오보에 단원 함경(3월), 도쿄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종신수석 조성호(4월), 독일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단원이자 플루트 종신수석 김유빈(7월),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의 호른수석 김홍박(11월)이 3·4·7·11월에 솔리스트로서 화려한 외출의 시간을 연다. 본향인 유럽으로 진출한 연주자는 대개 피아노, 바이올린과 첼로 등의 현악장르에서 많이 배출된 것에 비해 관악기는 이제 이들로 대변되는 1세대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세 번째는 ‘피아노의 향연’이다. 올해는 유독 그 어느 해보다 피아니스트의 리사이틀과 협연이 많다. 1월에 조성진·잉골프 분더, 2월 얀 리치에츠키, 3월 임동혁·손정범, 4월 백건우·마르틴 슈타트펠트, 5월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백혜선, 6월 김선욱, 7월 윤홍천·프레디 켐프, 8월 장 이브 티보데, 9월 김선욱·조성진, 10월 김다솔·지메르만·예브네기 키신, 11월 윤홍천·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안드라스 쉬프·선우예권·예브게니 키신, 12월 랑랑 등이 건반의 향연을 펼친다. 조성진이 시작하는 이 향연은 10월에 독주자로, 11월에 마리슨 얀손스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협연자로 내한하는 키신에서 화룡점정에 이를 것이다.
송현민 < 음악칼럼니스트 bstsong@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