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서세옥·이불… 미국·유럽·아시아 누비는 한국미술

김창열·이건용·전광영·김민정 등 30여명 줄줄이 해외전시 준비
서울옥션 홍콩낙찰액 500억 목표, 내달 경매장 겸 전시장 개관
화랑업계 홍콩아트바젤 등 참가… 국내시장 침체로 해외에 눈돌려
오는 3월 뉴욕 알민 레시갤러리의 개인전을 앞두고 서울 평창동에서 작업하고 있는 김창열 화백.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지난해 세 차례 홍콩 경매에서 424억원의 낙찰액을 기록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영향으로 전년(488억원)보다 15% 줄었지만 국내 경매시장 낙찰총액(1890억원)의 22%에 달했다. 2015년부터 힘을 받고 있는 김환기와 단색화 열기에 힘입어 한국 미술의 해외시장 진출이 탄력받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서세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상화, 양혜규, 이불.
새해에도 한국 미술의 ‘전진기지’로 떠오른 홍콩을 비롯해 미국 유럽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미술계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화랑업계는 ‘아트바젤 홍콩’ 등 굵직한 아트페어에 잇달아 참가할 예정이고, 서울옥션은 홍콩 경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색화가 정상화와 박서보를 비롯해 김창열 김수자 이불 등 인기 작가 30여 명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유명 미술관과 화랑에서 전시를 준비 중이다. 국내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서 쉽게 살아나기 힘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해외 아트페어 진출 러시국내 미술시장의 조정이 길어지자 화랑업계는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학고재갤러리와 리안갤러리, 조현화랑, 갤러리바톤 등 11개 화랑은 3월29~31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아트 바젤 홍콩’에 참가해 해외 유명 화랑들과 판매 경쟁을 벌인다. 국제갤러리와 PKM갤러리는 6월 예정인 세계 최대 아트페어 ‘스위스 아트바젤’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청작화랑과 박영덕화랑 등 중견 화랑도 스위스 취리히, 독일 쾰른, 미국 마이애미 등의 아트페어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서올옥션은 올해 낙찰액 500억원을 목표로 홍콩시장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홍콩 경매를 통해 높은 매출을 올린 만큼 올해도 5월, 11월 등 서너 차례 현지에서 경매할 예정이다. 특히 홍콩법인 사무실만 뒀던 서울옥션은 늦어도 다음달 말 센트럴지역에 상설전시장과 경매장을 겸한 공간을 개장해 외국 애호가를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을 세웠다.◆유명작가 30여 명 해외 ‘출격’

작가들도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K아트 알리기’에 나섰다. 정상화 화백은 오는 1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버그루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단색화의 정수’를 보여줄 계획이다. 지난해 홍콩시장에서 화제를 모은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은 올해 뉴욕(알민레시갤러리)으로 건너가 1970년대 대표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K-아트’의 독창성을 알릴 계획이다. 서세옥 화백(뉴욕 리먼머핀갤러리), 전광영(홍콩 펄램갤러리), 행위미술가 이건용(시드니 아시아현대미술센터), 김민정(런던 화이트큐브갤러리), 전명자(샹파뉴 팔머&코미술관) 등도 한국 현대미술의 우수성을 홍보한다.

‘제2의 백남준’을 꿈꾸며 국내외 화단에서 활동하는 미디어·영상·설치 작가들의 해외 전시회도 줄을 잇고 있다. ‘예술전사’ 이불 씨는 유럽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2012년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주목받은 이씨는 런던 헤이워드갤러리(5~8월)와 베를린 마틴그로피우스바우미술관(9월)에서 잇달아 회고전을 열고 드로잉과 퍼포먼스 기록물, 신작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볼프강 한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양혜규 씨는 독일 쾰른 루트비히미술관과 오스트리아 쿤스트하우스그라츠에서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문경원과 전준호 씨는 3~6월 국립대만미술관 그룹전에 참가해 세계적인 작가들과 작품 경연을 벌인다.

◆‘미술한류’ 지원금 고작 20억원 수준

화랑과 작가들이 맨손으로 ‘미술 한류’를 개척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연간 2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류 확산을 위한 지원이 미술보다는 음악·드라마·공연·방송에 편중돼 있어서다.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해외 유명 컬렉터들이 최근 한국 단색화를 잇달아 사들이면서 한국 미술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 미술에 대한 외국 수요층이 늘어나는 만큼 해외 아트페어와 전시에 더 많은 국내 작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