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서일 합병… 회계법인들 '합종연횡' 본격화

내년 감사인 지정제 도입 앞두고

12일 합병…대표이사 강성원
전문인력 대거 확보 계획

회계법인 규모 클수록
감사인 지정 가능성 높아져
세계 5대 회계법인인 BOD인터내셔널의 국내 회원사(멤버펌)인 이현회계법인과 20년 전통의 서일회계법인이 합병한다. 몸집을 키워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회계법인 ‘빅4’ 체제에 도전장을 내기 위해서다. 매출 100억원이 넘는 국내 중견 회계법인이 합치는 건 30년 만에 처음이다.

내년 감사인 지정제도 도입을 앞두고 회계법인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인 지정제란 금융당국이 회사에 직접 외부 감사인(회계법인)을 지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현회계법인과 서일회계법인은 오는 12일 각각 합병승인 사원총회를 열고 ‘이현서일회계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현회계법인은 2007년 창업 이래 조세 분야에 강점을 보이며 매년 20% 이상 고성장을 해왔다. 1999년 창립된 서일회계법인은 감사 분야에서 체계적 품질관리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병법인의 대표이사 회장은 강성원 전 한국공인회계사협회 회장(사진)이 맡는다. 그는 4대 회계법인과 국세청 출신 전문 인력들을 대거 끌어들여 합병법인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회계법인 간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의 시발탄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기업이 자유롭게 감사인을 정하는 현행 제도가 부실 감사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내년부터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하기로 한 게 도화선이 됐다.

개정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이 6년간 같은 회계법인을 통해 외부감사를 받았다면 이후 3년간은 정부가 지정하는 다른 회계법인으로 교체해야 한다. 개정안은 2019년부터 시행돼 상장사들은 실제 2020년부터 지정감사를 받는다.

회계법인 규모가 클수록 감사인으로 지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한회계법인도 오는 4월을 목표로 중소 회계법인 흡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지정감사인에 포함되지 못하는 회계법인은 존폐 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에 ‘일단 뭉치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현재 172개인 국내 회계법인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품질관리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합병법인이 회계사 숫자 등 특정 기준을 충족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정감사인에 선정되면 감사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