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잘될 겁니다" 자신감… "회담 공개하자" 돌발 제안도

1·9 남북 고위급 회담

회담 11시간 만에 전격 합의
회담내용 공개 놓고 한때 이견
조명균 장관 "지금부터 실천이 중요"
< 군사분계선 넘어 남한으로 >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건너며 남측 연락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전반적으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회담 말미에 북측이 비핵화 대화와 관련해 강한 불만을 제기할 때는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북한 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에 도착해 회담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될 겁니다”고 답해 긍정적인 회담장 분위기를 예고했다.남북은 오전 10시에 시작된 전체회의에서도 ‘민심’ ‘천심’ ‘선물’ 등 단어를 주고받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위원장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예로부터 민심과 대세가 합쳐지면 천심이라고 했다”며 “이번 회담을 잘해서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로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라고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민심이 천심이고 그런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회담에 성실하게 잘 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선물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시작 발언에서 회담 전체를 공개로 하자고 돌발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오늘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또 기대도 큰 만큼 우리 측에서는 전체 공개를 해서 이 실황이 온 민족에 전달되면 어떤가 하는 그런 견해”라고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관례대로 회담을 비공개로 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기자들과 함께 공개회의를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북측의 이 같은 제안은 사전에 준비된 발언으로 보인다. 이는 북측이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잘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제안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에도 화합을 다짐했다. 이 위원장은 ‘양심상인(두 마음에 도장을 찍는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북남이 마주앉아 믿음, 협조, 희망의 도장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오늘 회담은 참 좋은 회담이고,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을 안겨주는 회담”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도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며 “합의 사항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합의가 안 된 사안은 계속 협의하길 희망한다”고 응수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논의가 오갔다는 남측 언론 보도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남북은 왼쪽 가슴에 달린 배지로 확연히 구분됐다. 북측은 모두 금색 테두리에 빨간색 바탕의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모습이었다. 남측은 태극기와 평창 올림픽 배지를 달았다.

공동취재단/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