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신기록? 삼성전자 "식은땀 난다"

지난해 영업이익 53.6조에도 반도체 슈퍼호황 지속 불투명
총수 부재로 M&A·투자 부진
삼성전자가 지난해 거둬들인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섰다. 세계 제조업체 가운데 삼성전자보다 많은 돈을 번 회사는 미국 애플이 유일했다.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겠다”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1987년 취임 당시 약속이 30년 만에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9조6000억원, 영업이익 53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거뒀다고 9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7%, 영업이익은 83.3%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매출 66조원,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애플(65조5600억원)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 실리콘밸리 혁신기업 상징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39조3500억원), 세계 최대 정유회사인 엑슨모빌(26조7400억원)의 추정 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반도체 사업의 폭발적인 수익성이 사상 최대 실적의 원동력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부품(DS)부문에서만 3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수익의 6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 내부에는 앞날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강했다. 실적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지가 불투명한 데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과 투자 등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와병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가 글로벌 톱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잘나갈 때도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목표 달성을 향한 동기를 부여하던 총수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