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한국·UAE 형제 관계로 발전 희망"… 칼둔 "경제·군사 포괄 협력"

칼둔, 문재인 대통령 예방… 임종석 실장과 200분 대화

왕세제 친서로 UAE 방문 요청

칼둔 "양국은 이혼 허락 안되는 가톨릭식으로 결혼했다"
문재인 대통령 "뜨겁게 사랑합시다"

청와대 "외교·국방장관 간 전략대화… 경제공동위 채널 활성화 등 합의"
한국·UAE 협력관계 복원됐지만 '임종석 특사 의혹' 해소 안된 채 봉합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방한 이틀째인 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UAE 특사 파견 논란’의 당사자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오찬을 겸해 세 시간 이상 긴 대화를 나눴다. 칼둔 청장 방한으로 한·UAE 간 협력 관계가 복원됐지만, 임 실장 특사 파견을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채 봉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왕세제 친서 받은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칼둔 청장을 35분간 접견하고 “앞으로 양국 관계가 ‘아크(현지어로 형제를 뜻함)’부대 이름처럼 진정한 형제 국가 관계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칼둔 청장은 내가 2018년에 발표하는 첫 해외 손님”이라며 “지금까지 왕세제와 칼둔 청장이 한국과 UAE 관계를 이만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칼둔 청장은 “마치 제2의 고향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올해 말 예정된 바카라 원전 준공식 전에 UAE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무함마드 왕세제 친서를 전달했다. 칼둔 청장은 “양국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가톨릭식 결혼을 했다”고 덕담했고, 문 대통령은 “결혼했으니 뜨겁게 사랑합시다”라며 화답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은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오찬을 겸해 3시간30분 동안 만나 현재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전면적 동반자 관계로 심화·발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칼둔 청장은 임 실장을 “내 소중한 친구”라고 부르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임 실장은 칼둔 청장에게 양고기, 대구 등 할랄 인증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대접했다.◆‘봉합’으로 끝난 UAE 의혹

칼둔 청장 방한으로도 임 실장의 UAE 특사 파견에 대한 미스터리는 완벽히 풀리지 않았다. 다만 칼둔 청장의 이날 발언을 보면 임 실장이 악화된 양국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UAE로 향했다는 기존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한 것으로 분석된다.

칼둔 청장은 임 실장과 만나 양국 관계를 빗대 “결혼해도 안 좋을 때가 있다”고 말하고 아랍 속담을 인용해 “좋지 않은 것도 좋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양국 관계가 최근 좋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화의 90%는 미래 관계에 집중됐다”고 말해 칼둔 청장이 UAE 측의 우려를 일부 전달했음을 내비쳤다.UAE 정부가 우리 정부의 탈(脫)원전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원전과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UAE 측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 협력 관계를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맺은 양국 군사협정을 파기할 움직임을 보이자 UAE가 반발하면서 원전 등 경제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나서자 임 실장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파견됐다는 의혹 역시 해소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칼둔 청장이) 군수·국방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협력을 해 나가자고 했다”며 “(양국의 외교·국방 현안을 논의하는) ‘2+2 전략대화’ 단위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