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페르난도 보테로 '12세의 모나리자'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콜롬비아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86)는 풍만한 양감을 통한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남미의 정서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젊은 시절 이탈리아 화가 안드레아 만테냐의 ‘뚱뚱한 그림’에 매료된 그는 사람들의 모습을 풍만하고 묵직하게 그려낸다. 특히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명작들의 인물을 풍선처럼 부풀리는 독특한 화풍이 압권이다.

1959년에 그린 ‘12세의 모나리자’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작 ‘모나리자’를 차용해 익살스럽고 경쾌한 색감으로 패러디한 작품이다. 미소를 짓고 있는 풍만한 소녀의 모습을 통해 모나리자가 지닌 고귀함이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살짝 걷어냈다. 원작의 어둡고 무거운 색채 대신 밝고 가벼운 색채를 활용했고, 구도와 비례도 무시했다. 원작을 비트는 시도로 오랫동안 우상처럼 각인돼온 아름다움의 규범을 가볍게 건드린다. 보테로는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도 그림으로 명쾌하게 보여준다.1961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보테로의 이 작품을 구입해 화제가 되면서 단번에 보테로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