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정책' 돌고 돌아 원점

미국·일본·독일은 제도 정착했는데
육성이냐 규제냐 1년 넘게 혼선
"투기 손실은 본인 책임" 반복
가상화폐에 대한 부처 간 정책 혼선이 이어지자 정부가 15일 국무조정실 주도로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투기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한다’ ‘거래소 폐쇄 여부는 부처 간 의견 조율을 거쳐 결정한다’ ‘가상화폐 투자로 인한 손실은 본인 책임이니 신중하게 판단해달라’는 게 요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원론적 수준에 머문 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이날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입장’ 발표를 통해 “거래소 폐쇄 방안은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 억제 대책 중 하나로, 범(汎)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과도한 투기와 불법 행위는 강력히 대응하되, 블록체인은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채굴, 투자, 매매 등 일련의 행위는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 한 관계자는 “2016년부터 가상화폐 육성에 무게를 둘지, 규제에 중점을 둘지 정부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라는 업계 요청이 쏟아졌지만 원론적 수준의 의견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무조정실이 가상화폐 대응 컨트롤타워를 맡아 부처 간 조율을 이끌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가 최근 1~2년 사이 가상화폐 정책 방향을 확정해 관련 법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제야 어느 부처를 중심으로 논의할지를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가격도 최근 1년 새 20배 급등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