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자"는 정부… "대책 없다"로 읽은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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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아파트 돌아보니“양도세 중과든 뭐든, 여긴 정부 대책 신경도 안 써요. 다음주엔 가격이 더 오를 겁니다.”(반포동 Y공인 관계자)
반포·압구정·잠실·대치동 일대
수요자 몰리고 매물은 품귀
1건 거래될 때마다 호가 '껑충'
보유세 인상 신호에도 '무덤덤'
청와대가 지난 15일 “부동산 가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며 추가 대책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호가 상승세는 그치지 않고 있다. 시장 참여자와 강남 일대 중개업소들은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보다 시장 열기가 더하다”며 “정책이 현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8·2 대책에 담을 수 있는 건 대부분 담았음에도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다”며 “유동자금이 워낙 풍부하고 수급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물 부족 현상에 매수자들 조바심
연일 계속되는 가격 급등에도 강남권 대표 단지를 추격 매수하기 위한 수요자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매물도 손에 꼽을 정도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는 888가구에 달하지만 중개업소에 등록된 매물은 세 개 남짓이다. 매물이 사라지면서 호가는 지속적인 상승세다. 지난주 22억5000만~23억원 수준이던 이 아파트는 1주일 새 1억원 올랐다.인근 B공인 관계자는 “4월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면 지금쯤 매물이 나와야 3월 말에 잔금을 치를 수 있지만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집을 사려고 문의하는 전화만 하루에 열 통 이상씩 온다”고 말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15일 한 물건이 25억원에 거래될 뻔했으나 매도자가 앉은 자리에서 1억원을 더 부르는 바람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주 한강 조망권이 있는 동일 면적의 물건이 26억원에 거래된 것이 알려지면서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압구정현대아파트 매물도 씨가 말랐다. 신만호 중앙공인 대표는 “압구정동 전체 6000여 가구 중에 등록된 전용 155㎡ 매물이 단 하나였는데 지난주 34억원에 팔려 지금은 물건이 전혀 없다”며 “이 매물을 잡으려고 몇 명씩 짝지어 6~7팀이 문의해 왔다”고 말했다. 인근 도시공인의 최선희 대표는 “다른 지역에 있는 집 두세 채를 처분하고 이쪽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많다”며 “이렇게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질까 의구심이 드는 물건도 나오는 족족 팔려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8·2 대책 전보다 뜨거운 매수세”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보유세 인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가는 연일 오름세다.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2007년 당시 최고가를 회복하거나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10년 전보다 경제 상황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부동산에 몰리는 유동성도 그만큼 커졌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일대 아파트들은 한 달 새 2억원이 뛰는 등 가격 급등 현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주 전용 82㎡가 20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3주 전 같은 매물의 호가는 19억~19억5000만원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용 76㎡가 지난주 18억원에 팔렸다. 물건이 하나씩 거래될 때마다 호가가 뛰어 현재 19억원까지 올랐다. 이상우 학사공인 대표는 “하루에도 3000만~5000만원씩 오르기도 하면서 한 달간 2억원 가까이 뛰었다”며 “매수자들이 너무 급등한 가격에 놀라면서도 거래는 하나둘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14억7000만원, 전용 84㎡는 1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주택형이 각각 15억2000만~15억4000만원과 17억2000만~17억4000만원을 호가해 한 달 새 약 1억원 올랐다.
박기서 서울공인 대표는 “정부 단속, 규제가 발표돼도 신경 쓰지 않고 매일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랜드마크 단지 외에도 한두 동으로 이뤄진 나홀로 아파트도 한 달 새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반포동의 잠원훼미리 전용 84㎡는 지난주 13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김형규/민경진/양길성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