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이른 새벽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서울장여관에서 발생한 방화 참사 당시 2층 방에 투숙하다 가까스로 대피한 최모(53)씨는 화재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기력 없는 목소리로 담담히 전했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최씨는 "창문으로 밖을 보니 1층에서 불꽃이 튀고 까맣게 연기 올라왔다"며 "다행히 내 방 창문에 방충망이 안 돼 있어 뛰어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방문 틈새로 연기가 많이 들어와서 문을 열어볼 수 없었고 냄새도 많이 났다"며 문으로 나가지 않고 창문으로 뛰어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는 여관에 1층 출입문 말고 다른 비상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고, 화재경보가 울렸는지 묻자 "안 울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여관 주인의 '불이야'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대피했다고 한다.최씨는 "오늘 쉬는 날인데 사무실에 가서 할 일이 있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며 "그 바람에 피했던 것 같다.
자고 있었으면 나도 이런 인터뷰를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공장에서 남성복을 만든다는 최씨는 직장이 가까워 불이 난 여관에서 월세 45만 원을 내고 수개월째 장기투숙을 하고 있었으며, 최씨의 동료 2명도 함께 그곳에서 장기투숙 중이었다고 전했다.최씨는 2층에서 뛰어내리면서 발목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몸 상태에 대해 "굉장히 안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상자인 박모(56)씨는 여관에 불이 나자 옷에 물을 뿌리고 얼굴을 가린 채 필사적으로 밖으로 뛰쳐나와 목숨을 건졌다.
1층에 장기로 묵고 있던 박씨는 사고 이후 119에 의해 인근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화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울의 한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와 직장 동료로서 친하게 지냈다는 채모(62)씨는 "새벽 3시가 한참 지나서 (박씨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형님, 지금 불났어요, 밖으로 무작정 뛰쳐나왔어요'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채씨는 전화를 받고서 곧바로 박씨가 묵던 여관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발견한 박씨의 모습은 처참했다고 떠올렸다.
채씨는 "(박씨가) '옷에 여기저기 물을 뿌리고서 나왔다'고 하더라"라며 "옷이 젖은 채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었고, 오른쪽 이마가 부풀어 올라 있더라"고 박씨의 상태를 설명했다.
채씨에 따르면 박씨는 눈, 코, 입을 제외한 얼굴 전체에 붕대를 감고 있으며, 양쪽 손도 모두 다쳤다.채씨는 "(박씨가) 처음 병원에 갈 때만 해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도중에 더 심해진 것 같다"며 "주치의가 '일주일간 화상 중환자실에서 (상태를) 지켜봐야겠다'라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