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는 상경계 취업 텃밭?… 핀테크 시대 이공계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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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디지털 직군 크게 늘려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이 이공계 출신 채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 모바일 금융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핀테크(금융기술) 경쟁이 심화하면서 정보기술(IT) 분야에 즉각 투입이 가능한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금융사는 상경계 출신의 전유물’이란 것도 이제 옛말이 돼가고 있다.◆은행들 이공계 직군 확 늘려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신입행원 총 1704명 가운데 19.1%인 325명을 IT와 디지털 등 이공계 직군에서 채용했다. 전체 채용에서 이공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9.7%에서 1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이공계 취업 인력도 1년 새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KEB하나 신입 40%가 이공계… AI·빅데이터 등 전공자 선발
신한·우리, 디지털 인력 별도 뽑아
보험·카드사도 이공계 '환영'
KB손보 작년 17명 중 15명 달해
교보생명도 90명 중 40명 채용
신한카드, 빅데이터 인력 선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채용에서 250명의 신입행원 가운데 40%인 100명을 이공계 출신으로 선발했다. 이 은행의 이공계 출신은 2016년만 하더라도 150명 가운데 15명에 불과했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말 미래금융그룹을 확대 개편하면서 미래금융 연구개발(R&D)본부와 미래금융전략부, 글로벌디지털센터를 비롯해 디지털금융사업단, 디지털마케팅부, 기업디지털사업부, 빅데이터구축센터 등 관련 조직을 대거 신설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조직 확대에 따라 지난해 채용 공고 때부터 이공계 전공자와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한다는 방침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작년 신입행원 공채에서 별도의 디지털 관련 부문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부문을 신설해 기존 IT 부문을 포함해 450명 가운데 14%인 63명을 이공계 직군에서 뽑았다. 2016년엔 이공계 직군 비중이 310명 가운데 28명으로 9%에 불과했다. 우리은행도 디지털 마케팅·전략 부문을 신설하고 604명 가운데 117명을 채용했다.국민은행 역시 작년 말 뽑은 400명 가운데 11.2%인 45명이 IT 직군으로, 전년도 8.3%(240명 가운데 20명)에 비해 대폭 늘렸다. 국민은행은 작년 말 디지털 금융, 데이터 분석 분야 경력 직원도 15명을 채용했다. 전귀상 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총괄 부행장은 “앞으로 디지털 금융 관련 인력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 신입과 경력직 채용을 더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2금융권에서도 이공계 채용붐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도 이공계 신입사원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중요시했던 2금융권은 지금까지 대부분 신입사원을 경영과 경제 등 상경계열 전공자로 채용해 왔다. 하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빅데이터 업무 강화 등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생보업계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이 지난해 선발한 90명의 대졸 신입사원 중 이공계 전공자는 44.4%인 40명에 달했다. 전공도 공학, 수학, 물리학 등으로 다양했다. 전년도 이공계 신입사원 비중이 1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계리 업무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이공계 전공자를 대거 뽑았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 ‘빅4’인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7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이 중 90%에 달하는 15명이 이공계 전공자였다. 전년도 이공계 신입사원 비율(50%)을 크게 웃돈다. KB손보 관계자는 “신입사원 전공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지만 전략적인 차원에서 이공계 인재를 많이 뽑았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도 지난해 15명의 대졸 신입사원 중 6명을 이공계 인재로 채용했다.
갈수록 빅데이터 분석 업무가 강화되고 있는 카드사도 이공계 인재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40명의 신입사원 중 이공계 전공자가 24명에 달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채용한 8명의 대졸 신입사원 전원이 이공계 전공자였다.
이현일/안상미/강경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