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없던 시장 맨손으로 개척한 선전의 유니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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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중국·질주하는 선전직원 460여 명의 평균 연령은 28세. 활기찬 직원들의 얼굴은 물론 각종 로봇이 시연되는 실내도 기업이라기보다는 대학 동아리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업 영역에서는 “경쟁자라고 인정할 만한 업체 자체가 없다”며 무서운 자신감을 내보였다. 중국 선전에 둥지를 튼 교육용 로봇 제조업체 메이크블록 얘기다. 메이크블록뿐만 아니다. 광치과학, BGI, 로욜 등 선전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어엿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모두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새롭게 열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인 선전 스타트업
교육용 로봇 제조업체, 메이크블록
개인용 비행기구 제조, 광치과학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업체, 로욜
대부분 20대 창업해 5~10년 만에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우뚝'
28세 창업의 성공신화지난 16일 방문한 메이크블록 본사. 스티로폼으로 제조된 조각을 이어붙이자 드론이 공기부양정으로 변신했다. 메이크블록 제품은 이처럼 각종 로봇과 기구를 조립해 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렇게 제작된 로봇은 사용자가 입력한 코딩에 따라 움직인다. 메이크블록 제품을 사용하면 기계 만들기와 코딩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다. 메이크블록은 여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로봇 부품, 교재를 모두 공급한다.
이미 세계 140개국에서 2만 개 이상 학교가 메이크블록 제품을 사용해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교재는 한국어를 포함해 10여 개국 언어로 제작된다. 자석으로 이어붙여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제품 ‘뉴런’은 삼성전자 모듈러 TV 등과 함께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피에르 오미디야르 이베이 창업자 등에게 1억달러를 투자받았다. 농민의 아들인 왕젠쥔이 28세이던 2013년 창업한 회사가 만 4년 사이 일군 성과다.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뭘까. 장신 메이크블록 마케팅팀장은 선전의 부품 공급망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개발과 제작, 양산에 필요한 모든 것이 선전에 있다”며 “시제품 제작에서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6개월마다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포기 모르는 열정이 성공 비결
선전의 유니콘들은 맨손으로 시작해 5~10년 만에 세계 최고 업체로 거듭났다. 등에 배낭처럼 메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개인용 비행기구 ‘마틴 제트팩’으로 유명한 광치과학은 2010년 20㎡ 남짓한 지하 차고에서 창업했다. 20대 중후반의 미국 유학파 출신 과학자 다섯 명이 뭉쳤지만 이들이 손에 쥔 돈은 부모에게 빌린 20만위안(약 3400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창업 4년 만에 메타물질(특정한 전기 성질을 지니도록 인공적으로 설계된 물질) 등 소재 분야에서 3000여 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력을 축적했다. 신소재 및 에너지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한 마틴 제트팩을 2016년부터 시판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기업 BGI는 저임금을 좇아 선전 바깥으로 떠난 신발공장의 빈 자리에서 2007년 시작했다.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는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해 글로벌 시장의 25%를 점유하며 세계 최대 유전자 분석업체로 떠올랐다.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원만 2000여 명에 달한다. 한국 임산부에게도 널리 알려진 니프티(NIFTY) 검사를 BGI가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BGI는 세콰이어캐피털 등 중국 안팎의 투자자에게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유치했다.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업체 로욜 창업자인 류쯔훙은 IBM에서 2년반 동안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29세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8월 당시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0.01㎜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개발하며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듬해 고글과 헤드폰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영화관에 온 듯한 느낌을 즐길 수 있는 로욜X를 내놨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SNU프리시전 창업자인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류쯔홍 창업자를 만났는데 한국에서는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업에 뛰어든 용기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선전=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