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타트업에 인력을 현물투자하는 회사를 만들면

기자는 최근 ‘일자리가 없다고요? 스타트업은 365일 구인난’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기사의 제목은 의도와 좀 다르게 나갔습니다. 내용도 다소 완화됐고요. 기자가 원래 기사를 기획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인 정부가 제1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내건 것은 누구라도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를 위한 방편으로 공공일자리나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분명한 악수(惡手)라고 봅니다. 공무원은 좀 냉정히 말해 규제와 등치되는 단어입니다. 공무원을 늘린다는 건 규제를 늘린다는 얘기입니다. (공무원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많은 공무원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를 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공무원은 규제와 같은 단어다.
그 와중에 “사람 복제라도 해서 일할 사람을 찾으면 좋겠다”는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봤고, 업계를 취재하면서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 늘릴 돈을 차라리 스타트업에 지원하면 어떻겠냐”는 제언을 해 본 겁니다.
기사를 쓴 뒤 흥미로은 제안을 하나 받았습니다. 제안해주신 분이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하셨습니다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정부가 인력을 현물투자의 개념으로 스타트업에 파견하는 투자회사를 만드는 겁니다. 이 회사는 크게 세가지 기능을 합니다. 1.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2. 좋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며 3. 이 인재를 스타트업에 파견하는 겁니다. 필요시에는 현물(인재) 투자와 재무적 투자를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쓰이는 EIR(Entrepreneur in Residence) 제도와 비슷한 개념을 제안하신 셈입니다. EIR은 벤처캐피탈이 투자회사에 인력을 직접 파견해서 경영을 돕는 제도인데요.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상무가 과거 동영상 검색 플랫폼 사업을 하던 스타트업 ‘앤써즈’에 EIR로 들어가 일하면서 KT에 매각까지 이끌었던 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다만 EIR은 VC가 월급만 줄 뿐 단순히 자사 직원을 투자사에 파견하는 형태라면, 기자가 이번에 받은 제언은 정부가 만든 기관이 인력을 현물출자 하는 개념인거죠.

정부 주도로 인력을 스타트업에 현물 투자하자.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 ‘공공일자리’를 만들면서, 이를 스타트업에 책임감을 가지고 배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나눠주는 게 아니라 ‘현물투자’기 때문에 정부가 스타트업을 보는 눈이 없거나, 인력을 제대로 파견하지 못하면 돈을 날릴 수도 있다는 리스크도 지게 되죠. 하지만 이를 다른말로 하면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세금을 함부로 쓰게 되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EDGE Story 사이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해봅니다. 아이디어에 약점도 있고 보완할 부분도 있을 듯 합니다. 의견이 모아지면 신문에 기사를 쓰고 관련 부처에 정책 제안 같은 걸 해볼까 합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