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등 혁신산업 '선허용 후규제'… 문 대통령 "혁명적 접근 필요"

문재인 정부 첫 규제혁신 토론회

28개 분야 '네거티브' 방식 전환…89개 현장애로 해소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선정…자율주행차 운행
장기이식 제한 풀어 안면·폐 이식도 가능

법규 수백건 개정…부처 이기주의도 깨야
< 규제혁신 토론회 주재하는 文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경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22일 규제혁신토론회에서 ‘새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100여 건이 넘는 규제 해소 대책을 내놨다. 혁신성장 정책의 첫 결과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규제혁신에)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규제혁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신산업·신기술은 일단 돕는다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혁신성장에 대한 정부 인식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성장 없이는 일자리 흔들”정부는 그동안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혁신성장을 경제정책의 3대 축으로 삼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집권 1년차인 지난해에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만 부각됐고 혁신성장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2년차에 접어들면서 혁신성장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이 벽에 부닥치고 ‘반도체 이후 성장을 이끌 주력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면 결국 신산업 육성과 창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8일 첫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주문하고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와 경제부처 장관들이 잇따라 혁신성장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산업은 일단 허용정부가 표방하는 규제개혁의 골자는 ‘포괄적 네거티브(사전 허용·사후 규제)’와 ‘규제 샌드박스’로 요약된다. 정부는 이날 28개 분야에서 포괄적 네거티브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예컨대 장기이식법에서는 이식이 가능한 장기를 신장 간 췌장 등 13종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법을 개정해 안면이식이나 폐 이식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암 등으로 한정된 유전자 치료 대상도 감염병이나 만성질환으로 넓힌다. 기존에는 자동차 종류를 크기와 배기량 등에 따라 분류하다 보니 초경량 전기차가 낄 자리가 없었다. 정부는 차종 분류를 유연화해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출시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뮤직비디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분류를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제작·배급사의 자체 심의만으로 출시가 가능해진다.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특정 공간에서 자유롭게 연구개발과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업종에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임시허가제를 말한다. 정부는 조만간 중소형 시범도시 형태의 스마트시티를 선정한 뒤 이 안에서 자율주행차가 규제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2020년 자율주행차 출시를 목표로 보험 제도와 안전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산업현장의 애로사항 89건을 해소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 불만이 많은 공인인증서를 폐지하고 사람과 로봇의 공동작업을 허용할 방침이다.부처 간 칸막이 극복해야

정부가 대대적인 혁신성장 대책을 내놨지만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개혁 방안이 신기술 분야 대부분에 걸쳐있다 보니 산업 규제를 다룬 수백 건의 관련 법규를 모두 개정해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와 이기주의도 해결 과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다양한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자율주행차만 해도 5개 부처가 관여돼 있다. 길홍근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은 “‘규제 전봇대’ ‘손톱 밑 가시’ 등 과거 정부들의 규제 완화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부처 간 협업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 있다”며 “공무원의 소극적 행정, 기존 이익집단의 반발 등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