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 0.3%… 정부, 장·차관 '홍보 총동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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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최저임금 인상' 대책정부가 최저임금 보전 대책으로 내놓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업체가 전체 대상 중 0.4%, 근로자 수 기준으로는 0.2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월분 월급을 지급해야 신청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월급을 지급한 업체가 전체의 1%를 훌쩍 넘은 점을 고려하면 신청률이 매우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사실상 비상령을 내리고 전 부처 장차관을 동원해 일자리안정자금 홍보에 나서는 한편 추가 대책 마련에 또 나섰다.◆신청 업체 4055곳 그쳐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일자리 안정자금 접수를 시작한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신청한 업체는 4055곳으로, 전체 대상 업체 100만여 곳의 0.4%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자 수 기준으로는 8458명으로 전체 대상자 300만여 명의 0.28% 수준이었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지난해 대비 16.4% 인상됨에 따라 영세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마련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 190만원 미만을 받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업주에게 지원한다.
22일간 근로자 8400명 신청
전체 대상자의 0.28% 그쳐
이미 월급 준 기업도 신청안해
교육부·문체부·국세청 등
최저임금 무관한 부처도 동원
중기부, 설 전에 보완책 마련
일자리안정자금은 사업주가 1월분 월급을 지급해야 신청할 수 있다. 아직 월급을 지급하지 않은 곳이 훨씬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신청률을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월분 월급 지급이 2월 말까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3월 초에 최종 신청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청률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1월분 월급을 지급한 업체가 이미 전체의 1%를 넘은 점을 감안하면 월급을 주고도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지 않은 업체가 상당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1월분 월급 지급일 분포를 보면 1월1~15일이 전체의 1%, 1월16~31일이 52%다. 나머지 47%는 2월에 월급을 지급한다. 1월22일을 기준으로 전체 대상의 1% 이상인 1만 곳 넘는 업체가 월급을 지급했지만 4000여 곳만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점을 고려하면 6000여 곳은 아직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월급을 주고도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지 않은 것은 사정이 어려워 최저임금을 올려주지 못했거나 신청 조건 중 하나인 고용보험 가입을 하지 못한 경우, 초과근로수당을 더해 월급이 190만원을 넘은 경우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장차관 총출동 나섰지만…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고 세금으로 민간업체 인건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 논란을 빚은 정부는 신청률마저 저조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비상이 걸렸다. 최저임금과 직접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부처의 장차관급 인사까지 동원해 일자리안정자금 홍보에 나섰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울 공릉동 삼육대를 찾아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설명하고 일자리안정자금을 안내했다.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여행·호텔업 등 관광 분야별 협회 관계자 간담회에서,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섬유패션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당부했다. 한승희 국세청장도 가세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했더니 근로자 수 30명을 넘기게 돼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없게 됐다는 애로를 들었다”며 “설 전까지 기준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경기 수원시 인계동 외식업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비스업도 제조업처럼 근로자 월급 산정 때 초과근로수당을 제외하도록 관계부처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밝힌 내용과 같다.
김일규/심은지/이우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