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고객중심경영 앞세운 삼성증권… 글로벌 자산배분으로 자산관리 명가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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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에 고객수익률 지표 반영삼성증권이란 회사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자산관리 명가’라는 단어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별칭을 반짝 노력으로 하루이틀 만에 얻은 게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16년 위안화 급락 등 크고 작은 위기를 거치면서도 ‘고객 신뢰’라는 화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었다.
'자산배분전략사업부' 새로 만들어
이상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에 집중
中 중신증권·日 SMBC 닛코증권
대만 KGI증권·유럽 로스차일드 등
글로벌 유명 금융회사들과 제휴
개인 자산관리부터 기업금융까지
사내 협업통한 토탈자산관리서비스
금융감독원 민원 평가 全부문 '최고'
2015년부터 고객중심 경영 본격 추진삼성증권은 2015년부터 ‘고객중심 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고객중심 경영을 달성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고객 수익률 제고와 투자문화 혁신을 꼽았다. 이를 위해 고객 자산관리를 책임지는 프라이빗 뱅커(PB)를 대상으로 새로운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담당하는 고객의 수익률을 직원 평가의 최대 50%까지 반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PB 인사평가에 고객 수익률을 평가지표 중 하나로 도입한 금융회사는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삼성증권처럼 높은 비율을 적용한 곳은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고객의 손실이 과도하게 많이 날 경우 해당 PB의 실적 점수에서 차감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점뿐 아니라 본사 주요 조직에도 고객중심 경영 전략을 도입했다. 고객들에게 일관된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본사 주도의 서비스 체계인 ‘파이낸셜 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정기적으로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개별 종목 또는 전체 시장에 돌발 악재가 발생할 경우 관련 자산을 보유한 고객에게 즉시 현황을 설명하는 ‘신속 대응 전략’도 마련했다.글로벌 자산배분 경쟁력 제고
고객중심 경영을 뿌리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익률 제고라는 게 삼성증권의 판단이었다. ‘이런저런 경영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고수익이란 과실을 돌려줘야 신뢰가 쌓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투자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증권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게 고객의 이상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조직 신설과 인력 투입이었다. ‘자산배분전략사업부’를 새로 만든 것을 비롯해 기존 조직인 리서치센터, 포트폴리오전략팀, WM리서치팀 등이 모든 역량을 포트폴리오 구성에 집중토록 했다.리서치 조직에서 투자 의견을 올리면 자산배분위원회→상품유니버스선정위원회→모델포트폴리오선정위원회를 거쳐 추천 포트폴리오를 확정하는 절차가 뿌리내렸다. 이에 따라 각 부서 실무자들은 매달 마지막 주에 포트폴리오에 편입될 상품과 자산배분 전략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직간접적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에 관여하는 본사 인력만 90명 정도다.
국내로 한정하던 투자 자산을 해외로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역량이 검증된 해외 선진 자산운용사를 발굴해 제휴를 맺고,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중국 중신증권, 대만 KGI증권, 베트남 호찌민증권, 일본 SMBC닛코증권, 유럽 로스차일드 등 글로벌 유명 금융회사 및 캐나다 BCA, 영국 ASR, 홍콩 게이브칼리서치 등 독립 리서치 회사와 제휴를 맺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런 노력은 고객 수익률 제고와 투자문화 변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삼성증권의 자체 평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7년 이후 전체 고객 수익률은 10%를 넘어섰다. 전 세계 다양한 자산이 포함된 모델 포트폴리오는 3년간 누적 수익률이 20% 수준이다. 이를 추종해 운용하는 일임형 랩어카운트 POP UMA는 출시 이후 3년간 3개 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냈다.해외 주식 직접투자 부문에서도 삼성증권 추천 종목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그 결과 작년에 월평균 거래대금이 2016년보다 40% 증가했다. 삼성증권과 거래하는 예탁자산 1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숫자는 2016년 말 9만 명에서 작년 3분기 말 9만9400명으로 증가했다.
자산관리·투자은행 부문 협업
사내 각 부문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적극 추진했다. 대표적인 게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 간 협업이다. 지점을 찾아오는 기업 오너, 최고경영자(CEO) 등 고액 자산가 고객이 개인 자산관리를 받는 것은 물론 기업 경영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증권은 작년에 총 56개 기업과 기업공개(IPO) 대표 및 공동주관 계약을 맺었다. 이 중 절반을 WM 고객의 기업 경영상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치했다.
증권업계 최초로 2016년 선보인 초대형 금융센터와 201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최고경영자·최고재무책임자(CFO)·넥스트 CEO포럼’도 활용했다. 개인 자산관리부터 기업금융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인 제안과 고액 자산가 고객 간 친목 도모 기회는 고객들이 꼽은 삼성증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초대형 IB 대전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프라임브로커리지(PBS) 부문에서도 이런 협업 역량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규 헤지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서 삼성증권의 PBS가 입소문을 타면서 증권업계 최초로 2017년 6월 수탁자산 3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증권은 PBS 시장에서 3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해 업계 1위에 올랐다.
불완전 판매 예방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
WM·IB 부문 등의 성과와 더불어 삼성증권에 대한 고객 신뢰 회복을 견인한 또 다른 핵심 요인은 고객민원 서비스 개선이다.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신상품 개발 및 마케팅 단계부터 준법감시 부서와 철저한 사전 협의를 진행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불완전 판매 예방을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특별점검 실시 등 다양한 소비자보호 대책도 시행했다. 직원과 고객 간 다툼이 발생했을 때 본사가 직접 나서 원만한 자율 조정도 시행한다.
이런 적극적인 민원 서비스 결과 삼성증권은 2017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에서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전 부문에 걸쳐 ‘최고’ 등급을 받았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불건전 영업 적발 현황자료’에서도 고객중심 경영을 시작한 이후 적발 사례가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고객 보호를 단순한 민원 예방활동이 아니라 모든 경영활동의 기준이 되는 핵심적인 철학이라고 정의하고 앞으로도 고객중심 경영을 흔들림 없이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