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휴대폰 무료 충전… 1년 만에 중단된 까닭

아! 그랬구나

'공짜' 인식에 마구잡이 사용
잦은 고장에 수리비 증가
업체 재정난… 재개 불투명
“아래 날부터 서비스를 재개시하겠습니다. 2018년 1월22일.”

25일 서울 지하철 6호선 합정역에 있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대여기 ‘해피스팟’(사진)에는 이런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해피스팟은 지하철 이용객에게 보조배터리를 3시간 동안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다. 그런데 이날 기기의 스크린은 꺼져 있었고, 연동되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도 작동하지 않았다. 서비스를 다시 운영한다는 날짜도 3일이나 지났다.서울 지하철 5~8호선에서 운영하던 해피스팟 서비스가 1년 만에 중단됐다. 공공대여 서비스로 많은 관심을 받다가 갑작스럽게 중단된 이유는 뭘까.

서울지하철공사에 따르면 5~8호선 152개 역에 설치한 무인 대여기 157대 운영은 지난해 12월 멈췄다. 작년 말을 목표로 한 운영 재개일도 수차례 연기돼 2월13일로 늦춰졌다.

운영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서비스 제공업체인 프리비솔루션의 재정난이라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업체가 서비스에 필요한 서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체의 주요 수입원인 기기 광고 매출도 저조했다는 분석이다.다른 이유도 있다. 보조배터리와 기기에 설치된 무료 충전기 케이블이 고장나는 사례가 빈번해 수리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다는 것이다. 업체 측에 따르면 보조배터리 10개 중 한 개꼴로 고장이 난 채로 반납됐다. 업체 관계자는 “수리하면 다음날 또 고장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만 이용객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며 “‘공짜’라는 점 때문에 자신의 물건처럼 조심스럽게 쓰지 않는 이용객이 있었던 같다”고 아쉬워했다.

서비스 재개는 불투명하다. 공사 관계자는 “업체 측에 네 차례에 걸쳐 서비스 재개를 요청했다”며 “다음달 13일에도 다시 운영되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