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 아직 싸다" vs "미디어·게임주 갈아탈 때"… 펀드매니저들의 '엇갈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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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쓸어담던 펀드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주에 대한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면서 너도나도 IT주를 쓸어 담던 작년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작년 말부터 비중 대폭 줄여
"바이오·미디어·게임주 랠리 예상"
IT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여전
"미국·일본 반도체주 꺾이지 않아
1분기 실적 보면 의구심 가실 것"
‘올해는 업황이 둔화될 것’이란 판단에 IT주를 팔고 바이오, 미디어, 중국 시장 관련 소비재 등으로 갈아타는 펀드매니저가 늘어나고 있다. IT주 긍정론을 고수하는 쪽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펀드들의 ‘수익률 한판 승부’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삼성전자 처분하는 자산운용사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성장중소형주’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자’ 펀드 등은 작년 말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판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펀드들도 올 들어 IT주 비중을 줄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1274억원·상장지수펀드·우선주 제외 순매도 1위), SK하이닉스(552억원·2위), LG이노텍(259억원·13위) 등 IT주를 대규모 순매도했다.대신성장중소형주 펀드는 지난해 IT주를 중심으로 40% 이상 수익을 내며 국내 중소형주펀드 중 수익률 1위에 오른 인기 상품이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1등 공신’이던 IT주를 적극적으로 처분하고 있다. 김종언 대신자산운용 리서치운용본부 팀장은 “반도체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는 등 IT 업종은 작년만큼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고 바이오, 산업재 등에 더 유망한 종목이 많아 삼성전자 매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의 비중을 확대하는 펀드매니저도 늘고 있다. 이준혁 한화자산운용 밸류운용팀장은 “2000년대 초반 IT랠리 때도 반도체 등 하드웨어 업체 주가가 먼저 올랐고 이후에는 이를 활용하는 인터넷, 게임 등 소프트웨어 업체 주가가 장기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급등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돌풍이 한국 증시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약·바이오주에 이어 미디어, 게임 업종의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한 펀드매니저도 많았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CIO),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 ‘스타 펀드매니저’들은 앞서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IT주 여전히 저평가”
IT주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펀드매니저도 적지 않다. ‘신한BNPP좋은아침희망’ 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을 작년 9월 초 14.66%에서 11월 초 17.76%까지 늘린 뒤 올해도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주식운용실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과거와 전혀 다른 반도체 사이클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일본 주식시장에서 대형 IT주는 물론 반도체 생산장비 업체들의 주가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1분기 실적을 확인하면 IT주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수그러들 것”이라고 했다.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주가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에 장기투자해 차익을 얻는 투자 전략을 고수해온 ‘신영마라톤’ 펀드도 삼성전자 비중을 12%대로 유지하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CIO)은 “삼성전자 등 국내 IT주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미국 증시에 있었다면 주가가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황과 관계없이 가치주로서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만6000원(1.03%) 오른 253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23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