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부상에 주저앉은 '정현의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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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4강전…페더러와 2세트 도중 기권‘테니스 황제’의 벽은 단단했고, 부상의 고통은 깊었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세계랭킹 58위·삼성증권 후원)이 26일(한국시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호주달러·약 463억원)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맞붙었지만 2세트 경기 중 기권을 선언했다. 발바닥 물집 부상 때문이었다. 결승행은 무산됐지만 정현은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며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났다. 2018년 시즌을 화려하게 시작한 정현은 올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경기 전부터 양 발바닥에 물집
테이핑하고 출전…부상 심해져"
끝내 '테니스 황제' 벽 못넘어
페더러 "조코비치 이긴 정현, 톱10 할 수 있는 실력 갖췄다"
◆부상 투혼 발휘했지만…정현은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12일째 남자단식 4강전 1세트에서 33분 만에 페더러에게 1-6으로 졌다. 정현은 2세트에서 게임스코어 1-4로 뒤지던 중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다. 정현은 경기장 안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은 뒤 발바닥 부상 치료를 받았다. 발바닥에 생긴 물집 때문이었다. 치료를 받은 뒤 코트에 다시 선 정현은 여섯 번째 게임을 가져왔지만, 이내 한 게임을 내주며 2세트에서도 2-5로 벌어졌다. 부상 탓에 맥없는 경기를 이어가던 정현은 결국 1시간3분 만에 기권을 선언했다.
이날 서브 에이스에서 페더러가 9-1로 앞섰고 더블폴트는 정현이 3개, 페더러가 1개였다.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것은 페더러가 네 차례, 정현은 한 번도 없었다. 공격 성공 횟수는 페더러가 24-6으로 앞섰고, 토털 포인트 역시 57-33으로 페더러가 압도했다.
◆페더러 “정현, 톱10 충분히 오를 선수”페더러는 결승에 오른 뒤 장내 인터뷰에서 정현에 대해 “대단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페더러는 경기를 마친 뒤 코트 위 인터뷰에서 “1세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정현의 상태가 어떤지 알기 어려웠다”며 “2세트부터 정현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결승에 올라 행복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현의 경기 운영이 매우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 등을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알게 된 경기”라고 덧붙였다. 페더러는 정현의 미래에 대해 “세계랭킹 10위 안에 충분히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단한 선수(great great player)”라고 강조했다.
정현은 이번 대회 3회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 4회전에서 전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연파하며 국내에 ‘정현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랭킹을 2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우승에 대한 전망도 밝게 했다.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19차례 우승한 페더러는 28일 결승에서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와 맞붙는다. 정현은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경기 전에 오른쪽 발의 물집이 심해 생살이 나와 있었다”며 “왼쪽은 사정이 조금 나아 테이핑을 하고 출전했지만, 왼발도 오른발처럼(경기를 치를수록) 부상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