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는 개발자들이 공공데이터를 다루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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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일평생 살면서 겪는 거래 가운데 액수가 가장 큰 품목을 고르라면 단연 부동산이다. 하지만 부동산 만큼 ‘깜깜이’ 상태에서 이뤄지는 거래도 없다. 어떤 물건들이 매물로 나와있는지 정확하게 알기 힘들뿐더러 가격도 공인중개업소에서 부르는 호가에 의존해야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전세계 모든 상품을 비교해가면서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집은 아직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호갱노노의 문제 의식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호갱은 되지 말자특이한 회사 이름부터 짚고 넘어가자. 호갱이란 단어는 ‘호구’와 ‘고객’을 합성한 은어다. 더 정확히는 호구와 ’고객님’을 소리나는대로 표기한 ‘고갱님’을 합쳐 ‘호갱님’이라고 한다. 어수룩해 이용해먹기 좋은 손님을 가리킨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심상민 대표는 “호갱노노란 이름에는 ‘이 서비스를 이용해 호갱은 되지 말자’는 뜻이 담겼다”고 말했다.호갱노노는 지도 위에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시세 정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 웹사이트(http://hogangnono.com)에 접속하면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지도 화면이 나온다. 그 지역에 있는 아파트 단지와 입주 시기와 주요 평형, 해당 평형 아파트의 최근 1개월 평균 실거래가를 지도 위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를 클릭하면 가장 먼저 월별 거래량과 실거래 내역을 그래프로 보여준다. 최근 나온 매물과 부동산 연락처도 함께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세대수, 용적률, 건폐율, 주차공간, 난방 방식 등 기본적인 단지 정보부터 계절별 평균 관리비와 3개월 이내에 나올만한 전세 물건 숫자, 단지 반경 1km 내 초중고교 및 어린이집과 유치원, 근처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공원, 병원 등 편의시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살 때 원금균등분할상환,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등 조건에 따라 한 달에 얼마씩 이자를 내야하는지도 알 수 있다. 금융회사별로 금리를 보여주고 금리에 따른 월별 원리금과 이자 비용 등도 비교해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대신 학교나 지역명으로 검색을 할 수도 있다. 정보를 필터링해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각각 강남과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라면 “강남과 광화문으로 40분 안에 출근할 수 있는 6억원 미만의 서울 내 30평대 아파트”의 리스트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집을 구할 때 알고 싶은 정보를 한곳에 모아놓은 셈이다. 심 대표는 “해외에는 주택, 건물, 토지 등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한 곳에서 모아 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는데 한국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별로 없다”며 “정보 불균형으로 피해 보는 사람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호갱노노 이전에도 부동산 정보 서비스는 네이버 부동산부터 부동산114, 부동산서브 등 정보업체, 최근 직방과 다방 등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많았다. 하지만 심 대표는 “기존 서비스는 정보가 사용자 입장에서 구성돼 있지 않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 서비스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들이 올려놓은 매물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는 광고비를 내고 매물 정보를 등록한다. 대다수 서비스의 매출은 공인중개업소가 내는 광고비다. 자연스럽게 정보 제공자 입장의 서비스가 됐다는 것이 심 대표의 주장이다.
물론 실제로 집을 사는 단계에선 당장 거래 가능한 매물들이 올라와있는 기존 정보 서비스가 더 유용할 수 있다. 호갱노노는 그보다 이전 단계, 즉 사용자의 예산이나 출퇴근 거리 등 다양한 조건을 감안한 후보지를 찾을 때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누구도 보기 어려운 공공 데이터
호갱노노가 서비스하는 정보들은 대부분 정부가 공개하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실거래가 정보, 보건복지부의 병원 정보, 교육부의 학교 정보 등 13종에 이른다.
심 대표는 “실거래가 데이터의 활용도가 너무 낮았다”며 “실거래가를 모르면 매물 가격이 적당한지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소비자들이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공공데이터는 말 그래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정보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보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만든 공공 데이터 포털(http://data.go.kr)이 있긴 하지만 수많은 정보들을 단순히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호갱노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부동산과 관련된 공공 데이터를 보기 쉽게 모아놨다는 점이다.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사람 손으로 입력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데이터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서비스를 구축했다. 심 대표는 이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데이터마다 형식이 다른 부분이 많아 우리 서비스에 맞추는데 가장 손이 많이 간다”며 “매일 나오던 데이터가 갑자기 며칠씩 나오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외부 요인으로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에도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다. 심 대표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결과물로 어느 정도는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1년 넘게 서비스를 내놨는데 아직까지 따라하는 업체가 없다”고 답했다. 부동산 매물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기존 업체들은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호갱노노처럼 공공 데이터 위주로 바꾸기가 어렵다. 또 신규 업체 가운데선 호갱노노만큼 개발자 중심으로 구성된 업체가 없다는 것이 심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며 “2년 전 실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향후 3개월 내 나올 전세 물량을 예측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재미삼아 만든 서비스에서 창업까지
심 대표는 중학교 시절부터 코딩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자연스럽게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SK C&C,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13년 동안 일했다.창업의 길을 선택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심 대표는 카카오에서 일하던 2015년 1월 호갱노노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만들었다. 현재의 부동산 정보 비교 서비스는 아니었다. 한 달 전인 2014년 12월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선 이케아 광명점과 다른 나라 이케아 매장의 상품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해주는 내용이었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 이런 사이트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한국 이케아 매장이 다른 나라보다 물건을 비싸게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그런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세계 11개국의 이케아 사이트에서 같은 상품의 가격 정보를 가져와 외환은행이 공시하는 환율을 적용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사이트(ikea.hogangnono.com)에 접속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싸게 파는 이케아 제품’과 ‘가장 비싸게 파는 이케아 제품’을 나란히 볼 수 있다. 심 대표는 “개발자로서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이케아 가격 비교 사이트가 입소문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자 이번에는 부동산 가격 비교 사이트를 기획하게 됐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의 매물 시세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금액의 차이가 크다는 궁금증을 풀려고 했다. 2015년 3월 사이트를 열었다. 이케아 때처럼 반응이 좋았다. 그러던 중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에서 투자 제안이 왔다. 심 대표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같은해 8월 법인을 세웠다.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1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한 김준기 CTO와 SK커뮤니케이션즈 등에서 기획을 담당했던 조목련 COO가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이후 합류한 개발자들도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다. 본격적으로 팀을 정비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고 2016년 3월 호갱노노 앱이 나왔다.
◆집값 변동폭 한눈에 보여주는 서비스도 시작
호갱노노의 비전은 부동산 시장의 정보 불균형 해소다. 이같은 취지 아래 새로운 기능이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 2017년 3월에는 ‘타임머신 뷰’ 서비스를 개시했다. 특정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올랐는지 지도 상에서 한눈에 보여주는 기능이다. 이전까지는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려면 특정 단지의 가격 변동 추이를 직접 확인해야 했지만 이 기능을 이용하면 내 집과 주변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실제로 얼마나 뛰었는지, 혹은 떨어졌는지 비교까지 해볼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어떤 단지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셈이다.단순히 시세 정보 등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도 새로 만들었다. ‘안심 알리미’는 가입자가 자신의 아파트를 등록하면 매입가 대비 수익률과 전월세 시세 변동, 계약 만기 도래, 등기 변동 사항 등을 통보해준다. 전세 가입자는 근저당권 설정 등의 변동사항도 바로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심 대표는 “다른 정보 서비스와 달리 호갱노노는 이용자 대부분이 회원 가입을 하고 있다”며 “이경우 가입자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아파트 단지와 지역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고객 맞춤형 분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갱노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예측 분석 서비스인 애저(Azure) 머신러닝을 이용하고 있다.
◆수익모델 구축은 여전히 과제호갱노노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내놓은지 이제 만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광고 등 다른 부동산 관련 서비스와 비슷한 수익 모델이 없다. 제대로 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직까지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투자는 프라이머에서 시드머니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0월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등으로부터 엔젤라운드 투자를 받은 상태다.
일단은 트래픽을 더 모아야 한다는 것이 회사측 답변이다. 심 대표는 “올해 목표를 월간 사용자 50만명 정도로 본다”며 “이정도가 되면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원수가 20만명을 넘었는데 이를 통해 가입자의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나 관심있는 아파트, 대출에 대한 관심 등을 사용자별로 분석할 수 있다”며 “개인화와 타게팅을 통한 다양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전세계 모든 상품을 비교해가면서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집은 아직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호갱노노의 문제 의식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호갱은 되지 말자특이한 회사 이름부터 짚고 넘어가자. 호갱이란 단어는 ‘호구’와 ‘고객’을 합성한 은어다. 더 정확히는 호구와 ’고객님’을 소리나는대로 표기한 ‘고갱님’을 합쳐 ‘호갱님’이라고 한다. 어수룩해 이용해먹기 좋은 손님을 가리킨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심상민 대표는 “호갱노노란 이름에는 ‘이 서비스를 이용해 호갱은 되지 말자’는 뜻이 담겼다”고 말했다.호갱노노는 지도 위에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시세 정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 웹사이트(http://hogangnono.com)에 접속하면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지도 화면이 나온다. 그 지역에 있는 아파트 단지와 입주 시기와 주요 평형, 해당 평형 아파트의 최근 1개월 평균 실거래가를 지도 위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를 클릭하면 가장 먼저 월별 거래량과 실거래 내역을 그래프로 보여준다. 최근 나온 매물과 부동산 연락처도 함께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세대수, 용적률, 건폐율, 주차공간, 난방 방식 등 기본적인 단지 정보부터 계절별 평균 관리비와 3개월 이내에 나올만한 전세 물건 숫자, 단지 반경 1km 내 초중고교 및 어린이집과 유치원, 근처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공원, 병원 등 편의시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살 때 원금균등분할상환,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등 조건에 따라 한 달에 얼마씩 이자를 내야하는지도 알 수 있다. 금융회사별로 금리를 보여주고 금리에 따른 월별 원리금과 이자 비용 등도 비교해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대신 학교나 지역명으로 검색을 할 수도 있다. 정보를 필터링해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각각 강남과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라면 “강남과 광화문으로 40분 안에 출근할 수 있는 6억원 미만의 서울 내 30평대 아파트”의 리스트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집을 구할 때 알고 싶은 정보를 한곳에 모아놓은 셈이다. 심 대표는 “해외에는 주택, 건물, 토지 등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한 곳에서 모아 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는데 한국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별로 없다”며 “정보 불균형으로 피해 보는 사람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호갱노노 이전에도 부동산 정보 서비스는 네이버 부동산부터 부동산114, 부동산서브 등 정보업체, 최근 직방과 다방 등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많았다. 하지만 심 대표는 “기존 서비스는 정보가 사용자 입장에서 구성돼 있지 않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 서비스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들이 올려놓은 매물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는 광고비를 내고 매물 정보를 등록한다. 대다수 서비스의 매출은 공인중개업소가 내는 광고비다. 자연스럽게 정보 제공자 입장의 서비스가 됐다는 것이 심 대표의 주장이다.
물론 실제로 집을 사는 단계에선 당장 거래 가능한 매물들이 올라와있는 기존 정보 서비스가 더 유용할 수 있다. 호갱노노는 그보다 이전 단계, 즉 사용자의 예산이나 출퇴근 거리 등 다양한 조건을 감안한 후보지를 찾을 때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누구도 보기 어려운 공공 데이터
호갱노노가 서비스하는 정보들은 대부분 정부가 공개하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실거래가 정보, 보건복지부의 병원 정보, 교육부의 학교 정보 등 13종에 이른다.
심 대표는 “실거래가 데이터의 활용도가 너무 낮았다”며 “실거래가를 모르면 매물 가격이 적당한지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소비자들이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공공데이터는 말 그래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정보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보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만든 공공 데이터 포털(http://data.go.kr)이 있긴 하지만 수많은 정보들을 단순히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호갱노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부동산과 관련된 공공 데이터를 보기 쉽게 모아놨다는 점이다.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사람 손으로 입력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데이터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서비스를 구축했다. 심 대표는 이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데이터마다 형식이 다른 부분이 많아 우리 서비스에 맞추는데 가장 손이 많이 간다”며 “매일 나오던 데이터가 갑자기 며칠씩 나오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외부 요인으로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에도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다. 심 대표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결과물로 어느 정도는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1년 넘게 서비스를 내놨는데 아직까지 따라하는 업체가 없다”고 답했다. 부동산 매물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기존 업체들은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호갱노노처럼 공공 데이터 위주로 바꾸기가 어렵다. 또 신규 업체 가운데선 호갱노노만큼 개발자 중심으로 구성된 업체가 없다는 것이 심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며 “2년 전 실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향후 3개월 내 나올 전세 물량을 예측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재미삼아 만든 서비스에서 창업까지
심 대표는 중학교 시절부터 코딩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자연스럽게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SK C&C,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13년 동안 일했다.창업의 길을 선택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심 대표는 카카오에서 일하던 2015년 1월 호갱노노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만들었다. 현재의 부동산 정보 비교 서비스는 아니었다. 한 달 전인 2014년 12월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선 이케아 광명점과 다른 나라 이케아 매장의 상품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해주는 내용이었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 이런 사이트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한국 이케아 매장이 다른 나라보다 물건을 비싸게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그런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세계 11개국의 이케아 사이트에서 같은 상품의 가격 정보를 가져와 외환은행이 공시하는 환율을 적용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사이트(ikea.hogangnono.com)에 접속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싸게 파는 이케아 제품’과 ‘가장 비싸게 파는 이케아 제품’을 나란히 볼 수 있다. 심 대표는 “개발자로서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이케아 가격 비교 사이트가 입소문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자 이번에는 부동산 가격 비교 사이트를 기획하게 됐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의 매물 시세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금액의 차이가 크다는 궁금증을 풀려고 했다. 2015년 3월 사이트를 열었다. 이케아 때처럼 반응이 좋았다. 그러던 중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에서 투자 제안이 왔다. 심 대표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같은해 8월 법인을 세웠다.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1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한 김준기 CTO와 SK커뮤니케이션즈 등에서 기획을 담당했던 조목련 COO가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이후 합류한 개발자들도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다. 본격적으로 팀을 정비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고 2016년 3월 호갱노노 앱이 나왔다.
◆집값 변동폭 한눈에 보여주는 서비스도 시작
호갱노노의 비전은 부동산 시장의 정보 불균형 해소다. 이같은 취지 아래 새로운 기능이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 2017년 3월에는 ‘타임머신 뷰’ 서비스를 개시했다. 특정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올랐는지 지도 상에서 한눈에 보여주는 기능이다. 이전까지는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려면 특정 단지의 가격 변동 추이를 직접 확인해야 했지만 이 기능을 이용하면 내 집과 주변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실제로 얼마나 뛰었는지, 혹은 떨어졌는지 비교까지 해볼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어떤 단지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셈이다.단순히 시세 정보 등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도 새로 만들었다. ‘안심 알리미’는 가입자가 자신의 아파트를 등록하면 매입가 대비 수익률과 전월세 시세 변동, 계약 만기 도래, 등기 변동 사항 등을 통보해준다. 전세 가입자는 근저당권 설정 등의 변동사항도 바로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심 대표는 “다른 정보 서비스와 달리 호갱노노는 이용자 대부분이 회원 가입을 하고 있다”며 “이경우 가입자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아파트 단지와 지역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고객 맞춤형 분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갱노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예측 분석 서비스인 애저(Azure) 머신러닝을 이용하고 있다.
◆수익모델 구축은 여전히 과제호갱노노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내놓은지 이제 만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광고 등 다른 부동산 관련 서비스와 비슷한 수익 모델이 없다. 제대로 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직까지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투자는 프라이머에서 시드머니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0월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등으로부터 엔젤라운드 투자를 받은 상태다.
일단은 트래픽을 더 모아야 한다는 것이 회사측 답변이다. 심 대표는 “올해 목표를 월간 사용자 50만명 정도로 본다”며 “이정도가 되면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원수가 20만명을 넘었는데 이를 통해 가입자의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나 관심있는 아파트, 대출에 대한 관심 등을 사용자별로 분석할 수 있다”며 “개인화와 타게팅을 통한 다양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