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두 명의 선장 세운 카카오, 이번엔 '제대로' 갈까

취임 2년6개월만에 수장 바뀐 카카오
임지훈 대표 한계에 대한 지적…경질이란 평가도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9월2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열린 미디어 초청 'T500' 행사에서 취임 2주년에 대한 소회와 그간 경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카카오
기업의 대표가 사퇴하면 으레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자진 사퇴한 것인지, 경질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마련이다. 사퇴의 모양새가 곧 최고경영자(CEO)의 '성적표'나 마찬가지어서다. 단순히 '가십' 차원의 관심은 아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였다. 카카오는 지난 24일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임지훈 대표이사가 카카오에 취임한지 2년6개월만이었다. 임 대표가 연임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인사였다.업계의 시선이 임 대표의 사퇴 배경에 쏠렸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임 대표의 스스로 판단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자료를 냈다. 즉, 임 대표가 자진사퇴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 대표의 사퇴를 두고 '경질'이라고 평가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임 대표가 취임 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임 대표에 대한, 어찌보면 '박한' 평가가 크게 무리없이 다가오는 이유는 그간 임 대표의 행보와도 연관될 수 있다. 특히 임 대표가 강력히 추진했던 온·오프라인 연계(O2O)사업이 이렇다할 성과를 못 냈던 것이 그랬다. 임 대표는 택시 등 교통 서비스를 비롯한 카카오홈클린(가사도우미), 음식배달서비스 등의 O2O 서비스를 계속해서 준비했다. 하지만 사업을 펼쳐보기 전부터 여러가지 비판에 부딪쳤다. 새로운 시작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존 시장에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들이었다. 골목상권 논란도 피해갈 수 없었다. 결국 임 대표가 벌였던 O2O 사업들 중 일부는 서비스 안착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담담히 인정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지난해 9월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O2O 사업의) 시행착오를 인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영업이익율도 좋지 않았다. 임 대표 취임 당시였던 2015년 3분기 카카오의 영업이익율은 7.0%였다.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율 9.5% 최고치를 찍은 후 지난해 3분기 다시 9.2%로 소폭 떨어졌다. 동종 경쟁 업계인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이 약 30%가량이라는 것을 비교했을 때 부족한 수준이다.
여민수(왼쪽),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사진=카카오
더욱이 일각에서는 임 대표의 사퇴의 결정적 배경으로 경영진과의 마찰을 지적한다. 카카오와 계열사간의 시너지를 내기에 임 대표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 대표가 CEO로서 카카오 계열사 경영진과의 소통을 이끌지 못한 것이 이번 인사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7월 송지호 부사장이 공동체성장센터장으로 복귀해 투입된 것도 임 대표가 계열사와의 소통에 한계를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물론 임 대표가 보여줬던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음원 스트리밍서비스를 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통 큰 인수 결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카카오의 영업이익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가 됐다.새로운 대표가 선임된 시점에서 임 대표의 사퇴을 두고 자진 사퇴인가, 아니면 경질인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임 대표의 사퇴 배경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정확한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임 대표를 뒤로 하고, 카카오는 오는 3월 이사회를 열고 여민수 카카오 광고사업총괄부사장과 조수용 카카오 공동체브랜드센터장을 신임 공동대표로 선임한다.

카카오 측은 새 대표 선임을 발표하면서 "시기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이 변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라는 뜻을 전했다. 카카오는 임 대표의 리더십 보다는, 현재 상황에 맞은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의미로 여민수-조수용 체제를 세웠을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싹틀 수 있을지, 카카오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본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