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식품 사장 "불닭볶음면 중국·동남아 인기 업고 2000억 수출"
입력
수정
지면A18
'제105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작년 라면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한국산 매운 라면의 인기가 치솟아서다. 진앙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작년에 수출한 한국산 라면 두 개 중 하나가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 효과에 힘입어 삼양식품 수출은 2015년 307억원에서 2016년 930억원으로 세 배 이상 뛰었다. 작년엔 2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이 중 90%(1800억원)가 불닭볶음면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54)은 수출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30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105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2012년 매운소스 라면 개발
먹방 동영상 인기 해외서 대박
푸드트럭 끌고 중·고교 찾아
지난해 60여개국에 수출
'1억달러 수출의 탑' 수상
◆‘도전’ 스토리 마케팅 통했다
불닭볶음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김 사장이다.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자의 장남인 전인장 회장(55)의 부인인 그는 2011년 초 딸과 함께 서울 명동의 매운 불닭 음식점을 찾았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보고 라면에도 강한 매운 맛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마케팅 및 연구소 직원과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을 찾아다녔다. 외국에서 다양한 매운 고추를 사와 연구도 했다. 1년간 매운 소스 2t, 닭 1200마리를 사용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를 개발했다.
2012년 4월 판매를 시작한 불닭볶음면은 초기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매운 라면일 뿐이었다. 2016년 하반기 역주행이 시작됐다. 해외에서 대박이 터졌다.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지인들과 함께 불닭볶음면을 먹고 매워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인기를 끌자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김 사장은 “불닭볶음면의 매운 맛엔 도전이란 문화적 키워드와 강인하고 화끈한 한국인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며 “재미있는 스토리가 한류와 결합해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끈 것”이라고 분석했다.◆작년 절반 해외서 푸드트럭 끌어
2016년 하반기 수출이 가파르게 늘자 김 사장은 발로 뛰기 시작했다. 작년에만 30여 차례 해외 출장을 갔다. 1년의 절반인 180일가량을 해외에서 보냈다. 불닭 브랜드를 발판으로 좁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활로를 찾기로 한 것이다. 작년 초 해외마케팅팀을 신설하고, 중국 동남아 미주 등 지역별로 세분화해 차별화한 마케팅을 벌였다. 온라인 구매 비율이 높은 중국에선 징둥닷컴 등 유명 사이트를 통해 특가 행사를 했다. K팝이 인기인 동남아에선 학교를 방문해 학생을 공략했다.
김 사장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출장 땐 푸드트럭을 끌고 중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라면을 먹고 사진을 찍는다”며 “불닭 브랜드 인기가 단기 유행에 그치지 않은 것은 고객과 해외 거래처를 직접 만나 쏟은 정성과 노력이 차곡차곡 쌓인 덕택”이라고 말했다.◆“K푸드 선도…10억弗 수출탑 도전”
해외 현지에서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이를 토대로 커리불닭볶음면(동남아), 마라불닭볶음면(중국) 등 현지화한 제품을 내놨다. 다음달 태국 베트남에선 쓰리라차면을 선보인다. 태국 식당에 가면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쓰리라차 소스를 이용해 개발한 제품이다.
김 사장은 “동남아 등은 라면 시장이 커 수출 확대 여력이 크다”며 “쌈양(삼양의 동남아 현지식 발음)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K푸드를 선도해 2억불, 10억불 탑까지 쌓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60여 개국에 수출해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