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호주"… 글로벌 승부수 띄운 차병원

차헬스케어, '난임치료 메카' 호주 난임센터 인수

1999년 미국에 불임센터 세워
'국내 의료 수출 1호' 기록

2004년 LA소재 병원 인수
지난해 누적 흑자만 2억달러

일본·싱가포르 등 진출 이어 세계시장 공략 가속
국내 의료기관 처음으로 1999년 미국에 진출한 차병원그룹이 해외진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2004년 차병원그룹이 인수한 LA 헐리우드장로병원. 차병원그룹 제공
1999년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한 차병원이 해외 진출의 역사를 다시 썼다. 세계 난임 치료의 메카로 불리는 호주의 난임센터를 인수하면서다. 국내 의료기관이 호주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에 의료 한류 확산
차바이오텍은 자회사 차헬스케어가 호주 난임센터인 시티퍼틸리티센터(CFC) 주식 2208만5759주를 18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차병원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는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CFC 주식인수 계약을 맺었다. 차헬스케어가 싱가포르메디컬그룹(SMG)과 세운 합작회사가 CFC 주식의 65%를 취득한다. 차헬스케어는 합작회사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헬스케어는 CFC의 최대주주가 됐다.

호주는 1984년 세계 최초로 체외 수정 후 냉동됐던 배아의 착상과 출산에 성공하는 등 난임 치료 메카로 불린다. CFC는 호주 최고 수준 난임센터다. 시드니와 브리즈번, 멜버른 등 호주 주요 도시에 7개 난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냉동난자를 보관하는 소셜바이오뱅크, 유전자 검사 사업도 하고 있다. 차병원그룹은 CFC가 소유한 병원을 직접 운영하고 관련 사업권도 인수하게 된다. 병원 관계자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경쟁자를 제치고 인수자로 결정됐다”며 “1980년대부터 난임 치료 성과를 내며 질적 성장을 이끌어온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했다.◆“한해 난임시술 5만 건 목표”

차병원그룹은 호주 CFC에 병원 의료진과 연구진을 파견할 계획이다. 앞선 난임 기술과 시스템을 적용해 의료 한류를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호주 의료진, 연구진 간 교차 교육도 한다. 차의과학대학과도 연계해 학생과 직원의 교육 및 파견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차병원 설립자인 차광렬 차병원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은 “차병원그룹이 축적해온 난임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대양주에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한 해 2만 건 정도인 난임시술을 2022년까지 5만 건으로 늘려 세계 최대 규모 체외수정(IVF)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호주 진출을 시작으로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 속도를 높인다. 스페인에 난임클리닉을 열고 미국 난임클리닉도 확장할 계획이다. 차 소장은 “우수 의료인력 양성과 젊은이들의 해외 진출, 고급 일자리 확대라는 사회적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미국 병원 누적흑자 2억달러 기록

차병원그룹은 1999년 뉴욕 컬럼비아대에 CC불임센터를 세워 국내 의료 수출 1호 기록을 세웠다. 2004년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장로병원(HPMC)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수출에 뛰어들었다. 당시 3000만달러의 채무와 함께 인수한 LA HPMC는 2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말 누적 흑자만 2억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 일본 도쿄에 세포치료센터를 세우며 일본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 아르메니아에 차움딜리잔센터를 설립하는 계약도 맺었다. 또 싱가포르에서 전문 클리닉 29곳을 운영하고 있는 SMG의 지분을 매입했다. 차병원그룹은 SMG와 함께 동남아 지역 진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시험관 아기 시술 등 난임 치료법 개발에도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1998년 차병원이 세계 처음 개발한 유리화 난자동결법은 세계 난자동결 사업화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차병원은 2002년 미국에 첫 난자은행을 세웠다. 세계 최대 생식의학회인 미국생식의학회(ASRM)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해 2011년 ‘차광렬 줄기세포상’을 제정해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