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소방 관련법 처리 분주… 일상이 된 '뒷북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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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지난 30일 임시국회 첫날. 여야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세 건의 소방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 의사일정 정도만 의결하던 과거 임시국회 첫날 모습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여야가 힘을 모았다.
잇단 참사·여론 악화되자 정부 대응 질타에 열올리며
'소방법 늑장처리' 반성은 없어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곳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은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 소방 관련 시설을 가로막지 않도록 주·정차 금지구역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 등이 본회의 문턱을 통과했다.다음날인 31일도 여야 의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소방안전 관련 법안 11건을 소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논의 속도를 높였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소방관이 공무수행 중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 소송의 피고를 소방관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로 하는 내용이다.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 법안은 소방차량 진입을 가로막는 차량에 대한 강제 견인을 지자체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다 대형 참사가 터지자 뒤늦게 법안 심사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소방 관련 법안은 1년2개월 동안 제대로 심사조차 되지 않은 채 먼지가 쌓인 법안들이다.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있고 나서야 법안 처리에 나선 것이다.
여야 행안위 의원들은 이날 소방 관련 법안을 추가로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책임공방으로 시간을 보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 참사가 나면 모두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야당 인사가 있다”고 했고,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치적 책임은 과실이 없더라도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맞섰다.일부에선 국회가 처리해야 할 법안 수가 너무 많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대 국회 출범 후 1년8개월간 행안위에 계류된 법안만 1075건이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20일 동안 매일 회의를 연다고 해도 하루 50건 넘게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참사 이후에도 책임공방에 열을 올리는 정치인들을 보고 있는 국민에겐 그저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화재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소방 관련법은 아직도 국회의원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지 않았을까.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