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표 '리틀 포레스트'가 전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사진=변성현 기자
4번의 크랭크인, 4번의 크랭크업.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1년, 47회차에 달하는 긴 촬영기간을 소요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스크린에 담는다.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인기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동명의 영화로 개봉된 바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의 연출을 맡았던 임순례 감독이 4년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임 감독표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동명 영화가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나누어 개봉했던 것과 달리 한 편에 사계절을 모두 담아 시간의 흐름이 보다 두드러지고 속도감과 리듬감을 더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2월 1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리틀 포레스트' 제작보고회에서 임 감독은 원작과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정서적으로 부딪히는 부분들이 많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원작에 따라 계절과 요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은 맞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한국 관객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우리 정서에 맞췄다"라고 밝혔다. 요리 뿐만아니라 인물들과의 스토리와 관계에 집중해 한국 영화로 각색했다는 의미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요즘 시골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가족, 친구와 함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요즘 회자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김태리가 연기한 주인공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 동안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로 제철 음식을 먹는 과정과 함께,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 등 주변 인물들과의 정서적 교류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등장하는 음식들은 모두 ‘혜원’의 기억과 맞물려 있는데, 요리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말없이 떠나버린 엄마와의 기억’들과 마주하고, 함께 요리해 먹으며 친구들과 마음을 나눈다.

‘혜원’ 뿐만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주변의 평범한 20대들의 모습을 옮겨 놓은 듯한 ‘재하’와 ‘은숙’의 캐릭터 역시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낼 예정이다.
임 감독은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그는 "김태리 섭외 당시 지금보다 덜 핫할 때"라며 "'아가씨' 끝난 직후 혜원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 생각해 캐스팅 하게 됐다. 수 많은 러브콜이 있었을텐데 우리 영화를 선택해줘서 감사하다"라고 설명했다. 김태리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가타부타 따질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좋았다. 사계절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 압권이었다"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류준열에 대해서는 "이미 핫할 때였는데 김태리보다 류준열이 더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분량이 많지도 않은데 흔쾌히 출연 결정을 내려줘 고마웠다"라고 덧붙였다.

류준열은 "사계절을 촬영해야 했기에 네 번의 크랭크인과 네 번의 크랭크 업을 해야 했다"라며 "재밌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스태프들이 바뀌고 새로운 얼굴이 오면서 부담되기도 했는데 그런 순간들이 재밌다고 느껴졌고 기존 영화와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순례 감독에 대해선 "큰누나 같은 스타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무서울 줄 알았는데 괜히 그랬다. 현장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넉넉한 감독님이셨다"라고 칭찬했다.

진기주는 '리틀 포레스트'가 영화 데뷔작이 됐다. 임 감독은 "김태리 캐스팅 후 극중 어린시절 베프 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신선한 얼굴을 찾았다"라며 "진기주는 드라마 몇편을 했는데 소화를 잘했고 무엇보다 김태리와 케미가 좋았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진기주는 류준열, 김태리와의 환상의 호흡을 전했다. 그는 "첫 영화라 긴장이 많이 됐다. NG도 많이 냈다. 나중에는 류준열, 김태리와 친해져서 NG인 듯 아닌 듯 자연스럽게 촬영을 이어갔다"라고 말했다.

또 "촬영을 하면서 처음 만났지만 나중에는 정말 친해졌다. '이게 정말 친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2030 세대들에게 우리나라의 사계절 풍광을 보여주고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자신만의 레시피를 발견하도록 하는 포부를 가지고 제작됐다. 영화는 오는 28일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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