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말로만 '가상화폐 ICO 금지'… 업계 "막연한 규제로 혼란"

실효성 없는 가상화폐 규제

끊이지 않는 ICO
작년 아이콘·메디블록 이어
모스코인·스타크로도 계획

한 발 뺀 금융당국
작년 9월 "ICO 금지" 발표
이제와서 "규제 법령 없다"

업계 "홍콩·싱가포르서 이미 ICO 진행한 곳 많아
명분없는 규제 중단해야"
금융당국의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조치 이후에도 ICO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한 시민이 1일 서울 시내 한 가상화폐 영업점의 시세판을 쳐다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했지만 이후에도 ICO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CO는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이 늦어져 실질적으로 ICO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전면 금지에도 줄줄이 ICO 실시1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인 모스코인과 스타크로의 ICO가 이달 이뤄질 예정이다. 모스코인은 증강현실 게임 ‘모스랜드’에서 쓰이는 일종의 게임용 토큰이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리얼리티리플렉션에서 개발했다.
스타크로는 한국소프트웨어협회와 국내 플랫폼 개발업체인 KBIDC가 합작해 개발한 가상화폐다. 스타크로 측은 “블록 생성에 10초, 거래 승인까지 3초밖에 소요되지 않아 해당 작업까지 수 분이 소요되는 비트코인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홍보했다.

국내 투자자는 해당 ICO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뤄진 모스코인 프리세일의 경우 38분 만에 2500이더리움(약 35억원) 규모 판매가 완료됐다.가상화폐업계에서 ICO는 통상적으로 현금보다는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기존 가상화폐를 자금으로 받는다. 투자자가 가상화폐 개발진에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전송하면 개발진은 그에 상응하는 만큼 해당 가상화폐로 환산해 투자자의 개인지갑에 전송한다.

지난해 9월 말 금융당국의 ICO 전면 금지 발표 이후 가장 먼저 ICO가 이뤄진 가상화폐는 의료 정보 공개 및 조회에 쓰이는 ‘메디블록’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총 세 차례에 걸쳐 시행했다. 당시 7~8원 수준에서 판매된 이 가상화폐는 국내 거래소 ‘코인레일’에 상장한 뒤 100원 넘게 가격이 뛰기도 했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규제가 강화되면서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는 ICO 참여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손 놓고 있는 금융당국

ICO가 국내에서 버젓이 횡행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어떤 형태의 ICO든지 전면 금지하겠다”며 강력한 규제 의지를 보였던 지난해 9월 말 상황이 무색할 정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산 가상화폐들이 ICO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관련 법령이 없어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유사수신행위법에 ICO 금지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법무부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서면서 관련 논의가 흐지부지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ICO 과정에서 유사수신 및 사기와 같은 불법 행위가 적발되지 않는 한 금융당국으로선 이를 규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가상화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말뿐인 규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국산 가상화폐 개발진은 “법적으로 ICO가 금지된 줄 알고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를 오가며 ICO를 한 가상화폐 개발팀이 적지 않다”며 “명분이 없는 규제책을 막연하게 내놓는 행위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희은/정지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