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경에 담긴 먹는 인간과 먹이는 신(神)

신의 밥상 인간의 밥상
성경에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음식과 요리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간에게 주어진 최초의 시험부터 먹는 문제였다. 에덴동산에 있는 모든 열매를 먹어도 되지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선악과’만은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간에게 내려진 최초의 금기였다. 탐스러운 열매를 두고 식탐을 이기지 못한 인간은 평생 땀 흘려 노동해야만 겨우 먹고살 수 있는 벌을 받는다.

《신의 밥상 인간의 밥상》은 구약 27편, 신약 13편 등 성경에 나오는 음식 이야기 40편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음식과 요리 문화에 대한 서적을 다수 집필한 작가 유승준 씨가 썼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인문지식을 동원해 각각의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인류의 음식문화를 ‘신과 인간의 끊임없는 대화’란 틀로 녹여냈다.홍수 심판 이후 신은 노아에게 고기를 새로운 양식으로 선물한다. 홀로 구원받은 노아는 고기와 포도주를 탐닉하며 식탐에 빠진다. 노아가 먹고 마신 고기와 포도주는 인류가 본격적으로 육식을 즐기는 단계에 접어들고 음식이 생존이 아니라 쾌락의 도구가 된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요리와 음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였으며,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맺음의 역사였고, 성경의 역사였다”고 말한다.

각 편에는 벨리니의 ‘만취한 노아’, 렘브란트의 ‘천사들을 대접하는 아브라함’,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등 이야기와 관련된 명화가 소개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함께 성경이 서양예술의 주요한 원천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흥미를 가지고 읽어볼 만한 문화교양서다. (소담출판사, 672쪽, 2만8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