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폭로 5일째… 국회의원부터 직장인까지 '미투' 물결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 성폭력 피해자에게 위로·응원도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5일째인 2일도 각계각층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선언이 이어졌다.'미투' 운동에 동참한 여성들 가운데는 국회의원부터 대기업 항공사 승무원, 일반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피해자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3년 전 검사장 출신 로펌 대표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털어놨다.이 의원은 "당시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갈등을 빚어 앞으로 취업 시장에서 어떤 이득을 볼까(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해자인 로펌 대표가 계속 전화 연락을 해와 2차·3차 위협을 해왔다"며 "피해 여성이 이를 공론화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 검사를 응원하는 글을 올리며 "사실은 미투(나도 당했다)"라고 밝힌 그가 왜 인제 와서 용기를 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회장이 매년 초 여직원들만 모아 세배를 받는 것과 연례 가을행사에서 여직원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추는 장기자랑을 하게 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박 회장이 매달 여성이 대부분인 승무원들을 격려한다며 악수·포옹을 하거나 어깨를 두드리는 등 스킨십을 하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박 회장의 성희롱에 대해 고용노동부 민원제기 운동을 시작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직원들 300명이 '좋아요'를 누르는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직원들은 이 같은 자신들의 처지가 '기쁨조'나 다름없다며 자조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노조도 성명을 통해 "그간의 그릇된 행위와 관성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사과와 반성, 가시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라인드'에는 다른 여러 기업의 성폭력·성희롱 사례도 연이어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수습 기간에 생리가 터져 버티다 생리대를 숨겨 들고 갔더니 '그런 건 좀 참았다가 이따 할 수 있지 않으냐'는 말을 들었다"는 경험을 토로했다.

다른 이용자들도 "스타킹을 신으면 다리가 예뻐 만져보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 "같이 출장 간 상사에게 '오빠랑 스트립바 갈까'란 문자를 받았다", "내가 있는데도 뒤에서 음담패설과 야동 얘기를 하더라"며 자신들의 성희롱 피해를 털어놨다.

전날 미투에 동참한 경기도의회 이효경(더불어민주당·성남1) 의원이 소속한 당 경기여성지방의원협의회는 성폭력·성희롱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인권위원회는 서 검사의 폭로를 기화로 검찰 내 성희롱·성폭력 직권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해외에서도 미투 운동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경주대회 F1(포뮬러원)에서 흔히 '레이싱 걸'로 불리는 '그리드 걸'이 퇴출당했다.또 영국 맨체스터 미술관에서 여성의 신체를 수동적이고 장식적인 모습으로 묘사한 빅토리아 시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그림 '힐라스와 님프들'을 일시 철거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