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창업자끼리 의견 다르면 어떻게?… 장병규·김봉진의 정반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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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끝장 볼때까지 토론” 김봉진 “룰부터 정하고 시작”“공동창업자끼리 의견이 다를 때 어떡해야 할까요? 처음엔 30분이던 회의가 3시간이 되고, 언성도 높아지고, 갈수록 합의가 힘듭니다.”(류준우 보맵 대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담… 후배 창업자들과 솔직 토크
“한국서 스타트업은 ‘소수자’… 규제 벽 높지만 도전 계속해야”
“회의 전에 룰부터 정하세요. 다수결이든, 제비뽑기든, 결정을 대표에게 위임하든. 그래야 정리됩니다.”(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제 생각은 다릅니다. 체력이 허락되는 한 끝장을 보세요. 토론은 무조건 많이 하는 게 이득입니다.”(장병규 블루홀 의장·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업계의 스타 창업자인 장 의장과 김 대표가 후배 창업자들과 만나 다양한 경험담과 조언을 풀어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주최로 1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장병규와 김봉진, 스타트업 한국을 말한다’ 대담에서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가 사회자로 나섰다. 장 의장은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온라인 게임 ‘배틀 그라운드’, 김 대표는 음식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시장을 장악한 ‘배달의 민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창업 3년차인 류 대표의 질문에 장 의장은 자신의 첫 공동창업인 네오위즈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공동창업자가 여덟 명이나 되니 안 싸울 수가 없었다”며 “다들 혈기왕성한 20대여서 한 번 싸우면 새벽 2~3시까지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 성장의 기회가 다가오는 순간에는 서로 토론할 겨를도 없다”며 “평소 많이 대화해 바닥을 다져두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반면 김 대표는 “실컷 토론하고 어떻게 합의할지는 나중에 얘기하면 충돌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다독가로 소문난 그는 “공동창업자와의 의견 조율이 너무 힘들어 토론 방법 책도 찾아봤는데 가장 잘 정리된 것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라며 후배들에게 일독을 권했다. ‘오류가 없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 ‘침묵하는 소수의 의견은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 등 주요 내용이 창업 파트너와의 의사 소통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이날 두 사람은 “한국의 스타트업 업계는 아직 마이너리티(소수자)에 머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중의 관심이 부족하고, 규제의 벽은 높다는 이유에서다. 장 의장은 “요즘 젊은 친구들이 바뀌곤 있지만 아직 대중의 눈높이에서 스타트업은 내 인생과는 먼 얘기”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도 “스타트업을 하는 우리는 규제 문제를 절박한 이슈로 생각하지만 대다수 국민에겐 별 관심 없는 주제”라며 씁쓸해했다.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카풀 앱 ‘풀러스’의 김태호 대표는 “일괄적인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며 “규제 샌드박스(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는 제도) 등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장 의장은 “한국에서 규제가 변하지 않는 것은 사회 신뢰도가 낮아서 생기는 문제”라며 “서로 믿어주면서 개방적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산·학·언 특별취재단의 일원으로 중국 선전에 다녀온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중국에서 급성장 중인 공유경제와 원격진료를 언급하며 “그들의 기술력에 놀라워하면서도 ‘이건 한국에선 이래서 안 될 것’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며 “‘그게 왜 안 되느냐’고 되묻는 중국 창업자들의 사고방식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도전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선배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김상헌 전 대표는 “우리끼리 ‘규제 때문에 안돼’라고 자포자기하기보다 규제가 있는 곳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장도 “남들이 믿지 않는 사업이 2~3년 후에는 정말 커질 수 있다”며 “규제 때문에 힘들어도 그 기간을 잘 버틸 수 있다면 시장이 열릴 때 바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10명에게 물어봤을 때 모두 ‘잘 될 것’이라 말하는 사업을 한다면 잘 안 되든가, 크겐 못 벌고 '평타'에 그칠 것”이라며 “스타트업에게 평타는 필패를 의미한다”고 했다.두 사람은 창업 초기 겪었던 어려움을 소개하며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에서 매출이 발생해 예전 직장인 네이버에서 받았던 월급만큼 가져가기까지 2년이 걸렸다”며 “그때 펑펑 울었는데 여러분도 비슷한 기억이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장 의장은 “창업 후 마지막 힘든 순간까지 몰렸을 때 끝까지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는 답변하기 참 어려운 문제”라며 “창업자 스스로 자신의 내면에 들어가 ‘나는 이렇게 살고 싶은가’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라도 끝까지 가고 싶은가’에 대해 답을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장 의장은 “조직의 성장은 조직의 리더십에 딱 맞춰져 있다”며 “리더십이 1이라면 조직은 1 이상으로 절대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할 수록 리더십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이 되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교체되는 게 낫다”며 “블루홀도 향후 10년을 더 커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이 남아있는지를 ‘생즉사 사즉생’의 심정으로 늘 고민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올해로 8년째다. 김 대표가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할 때 장 의장이 이끌던 벤처캐피털(VC) 본엔젤스가 초기 종잣돈을 투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