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손 맞잡은 미술… '아트 컬래버레이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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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확산되는 화가와 기업의 공생
줄잇는 아트 컬래버레이션
이왈종, 드롭탑과 아트상품전
윌슨은 YG엔터 캐릭터 제작
정우범, 중국에 작품이미지 수출
국내 첫 전문아트페어도 등장
화가와 기업 시너지 효과
작품·상품 경계 무너지면서
새로운 '아트 라이프' 선도
화가, 로열티 수입·작품 홍보
기업은 상품 인지도 제고

미술전문가들은 “미술품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요즘 작품과 상품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경향의 ‘아트 라이프’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기업은 상품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화가들은 창작활동을 계속해나가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상품·기업 캐릭터에 ‘예술 옷’
현대판 풍속화가 이왈종 화백은 커피 전문점 드롭탑과 손잡고 자신의 작품 ‘제주 생활의 중도’시리즈 이미지를 담아 제작한 아트상품전을 마련했다. 화가의 작품이 상품과 접목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아트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드롭탑 강남아이파크점에서 오는 6월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판화를 비롯해 머그, 손수건, 에코백, 시계 등 다양한 MD상품 컬렉션 40점을 내놨다. 모든 전시작은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국내 작가가 작품 이미지를 수출하는 사례도 있다. 야생화를 반추상기법으로 작업하는 정우범 화백은 최근 중국 최대 미술재료 생산업체 펑황그룹과 자신의 작품(‘판타지아’ 시리즈) 20점에 대한 이미지 사용권 계약을 맺었다. 정 화백 작품이 펑황그룹에서 제작, 유통되는 상품에 실려 국제시장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될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모은다. 정 화백은 작품 이미지 판권으로 6000만원을 벌었다.
◆아트 컬래버레이션 장터도 등장아트 컬래버레이션 제품의 수출 확대와 예술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장터도 등장했다. 작년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국내 처음 열린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에는 국내 기업 300여 개사와 19개국의 바이어 170개사가 참가해 치열한 판촉전을 벌였다. 예술가에게 일감을 더해주고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통해 고부가가치 수출을 도운 상생아트페어여서 더욱 주목 받았다.
이 같은 문화예술과 기업의 융복합 전략은 피렌체의 명문가문인 메디치가의 출현으로 시작된 500년 전 르네상스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꾸준히 확산될 전망이다. 화가들은 창작에 전념할 여건을 마련하고, 기업은 이미지 개선과 함께 신제품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등에 관해 자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기업들이 문화·예술계와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품격을 높이는 한편 고급스러운 감성을 고객에게 전해주고 있다”며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작가들은 로열티 수입과 작품 홍보, 판매 촉진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이 같은 추세는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