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칼럼] 평창 '스마트 올림픽' 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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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참가로 뜨거워지는 올림픽 열기그렇게 오랫동안 뜨지 못하던 평창 동계올림픽의 분위기가 막판에 뜨거워지고 있다. 북한의 참가를 포함해 역대 최대 참가국 규모가 물론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또한 질적으로도 과거 올림픽에서 보지 못한 ‘스마트 올림픽’에 대한 각국 정부 대표, 선수단, 취재진과 관람 인사들의 기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5G통신·VR 등 4차 산업혁명 기기 총출동
대한민국 브랜드가치 더 높이는 계기 될 것
조환익 <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 >
각국 대표들의 공항 입국 때부터 수송, 통신, 안내, 경기, 숙박, 기록 등 전 과정에서 정보기술(IT) 강국답게 5세대(5G) 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 드론(무인항공기) 등 4차 산업의 각 분야가 평창올림픽 운영에 다양하게 등장하고 또 이를 모두 편리하게 체험할 것이라고 한다.‘스마트 올림픽’을 만들어가는 전자공학과 출신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2016년 여름 취임했다. 본인도 어떻게 자기가 지명됐는지 모른다 할 정도로 묘한 시기에 갑자기 평창 조직위원장이 된 것이다. 아마 그의 각 방면 능력과 관록 및 각계, 특히 기업 쪽 네트워크를 높이 샀는지 모르겠다.
겨우 개막 1년 반 정도 남은 시점에 시설, 인원, 조직, 홍보, 마케팅 등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자금이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었다. 그가 취임한 뒤 터진 국정농단 스캔들로 민간 기업 총수들이 곤욕을 치르는 상황에서 기업 출연은 그야말로 ‘빙하시대’였다.
1년 전 필자가 평창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 위원장은 칼바람이 몰아치는 스키점프대로 안내하면서 ‘그래도 공기업 대표이고 비교적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한국전력이 돌파구를 열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면서 막심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 후 숙고 끝에 한국전력과 전력사들은 결단을 내려 800억원을 지원했고, 이는 일부 공기업과 금융권 등의 동참으로 이어지면서 다소라도 해갈이 됐다고 한다.지원금 전달식을 하던 날 기자들은 인터뷰를 하면서 나에게 “한전의 올림픽 지원 과정에 정부의 압력이 있었던 건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정부의 압력이 아니라 국민의 압력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의 어느 국민이 평창올림픽을 초라하게 치르는 것을 원하겠습니까?”라고 대답했고, 그 말로 더 이상의 질문 공세는 없었다. 이와 같이 모든 국민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이 땅에서 치러지는 동계올림픽이지만, 실질적 성원이 결집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위원회는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40년도 넘게 알고 있는 이 위원장의 강점은 매사에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헌신과 치밀함이다. 산업부 장관 시절 부하 직원들이 넌덜머리를 낼 정도의 꼼꼼함과 성실함이 시설, 숙소, 교통, 운영, 참가국 유치, 의전 등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안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게 했다. 특히 조직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과 올림픽을 접목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뒷받침도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국내외적으로 난제투성이였던 평창올림픽은 이제 성공 예감을 던져주고 있으며, 경비 절감으로 흑자 올림픽도 조심스레 기대한다고 들었다. 이제는 88 서울올림픽이 그랬듯이 평창올림픽도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로 만들어야겠다. 한국전력은 그간 관계를 맺은 해외 발주처와 협력사, 정부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관계 증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긴밀한 사업 파트너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공사 사장도 초청했다. 아마 그는 사막에 원전 건설을 추진했듯이 사막에 세계 최대 스키장을 구상할지도 모른다. 그런 나라가 UAE다.
아울러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평창은 계속 리조트나 마이스(MICE: 국제회의·관광·컨벤션·전시)의 명소로 활용돼 세계인들이 다시 찾는 ‘팽창된 평창’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위원장 등 조직위원회 직원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명실상부 최고·최대의 스마트 올림픽이 되기 바란다. 올림픽이 끝난 뒤 탈진해 있을 이 위원장과 편안한 마음으로 소주폭탄주 한잔 같이할 것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