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KEB하나·국민은행 특혜채용 리스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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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용비리 공방 2라운드금융감독원은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을 둘러싼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일명 ‘VIP 채용 리스트’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두 은행은 여전히 특혜채용은 없다고 맞서고 있어 진실은 사법당국에 가서야 가려질 전망이다.
하나은행 55명·국민은행 20명… 금감원 "채용비리 정황"
하나은행 "명단 작성 안해"
국민은행 "검찰서 밝혀질 것"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벌인 은행권 특혜채용 관련 조사에서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사전에 작성해둔 합격자용 명단을 확보했다”고 4일 말했다.이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검찰에 관련 자료를 이첩할 때 이 자료도 함께 넘겼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확보했다는 KEB하나은행 명단엔 55명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트에 포함된 55명 전원이 2016년 공채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이후 필기전형을 거쳐 6명이 남았고, 이들은 임원 면접에서 모두 합격했다.
국민은행 리스트에 포함된 20명 역시 2015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면접까지 간 이들은 모두 최종 합격했다. 최종 합격자 중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종손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해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어떤 리스트를 확보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개별적인 청탁과 관련한 명단을 회사 측에서 작성한 적이 없다”며 “검찰 조사에서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측도 “해당 명단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파악 중이지만 특혜채용은 없었다”며 “향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KEB하나·국민·대구·부산·광주 등 5개 은행의 채용비리 혐의를 파악해 검찰에 넘겼다. 이후 나흘 만에 VIP 채용 리스트를 새롭게 언급하고 나선 것은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의 반발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KEB하나은행은 “금감원에서 특혜 채용으로 합격했다고 주장하는 13명 중 4명은 아예 입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명문대 출신 지원자의 점수 상향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입점 대학 우대 및 출신 대학 비율을 맞추는 규정에 따라 일부 조정한 것으로 청탁에 의한 것이 아니다”며 “같은 규정에 따라 2015년 19%였던 ‘SKY(서울·고려·연세대)’ 출신을 10% 미만까지 줄이는 대신 12%였던 지방대 출신을 46%까지 늘렸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역시 “윤 회장 종손녀는 다른 지원자와 같은 절차에 따라 채용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금융계에서는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타깃으로 삼고 있어 이 같은 공방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