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기업용 SSD 시장에 뛰어든다

6년 절치부심 끝에 3D낸드·SSD 기술 '결실'
영화 4초만에 저장… D램 편중 사업구조 개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개발에 성공한 SK하이닉스 연구원들이 SSD와 컨트롤러 등을 들어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데이터센터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 첫발을 들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4일 SK하이닉스는 72단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적용한 4TB(테라바이트) 기업용 SSD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6년 이상 절치부심하며 개발해온 3D 낸드 및 SSD 기술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낸드사업 영업이익률이 오르고, D램 편중의 사업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기업용 SSD, 왜 중요한가

저장장치는 2016년부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SSD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SSD는 쉽게 말해 3D 낸드의 ‘덩어리’다. 디스크를 사용하는 HDD보다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빠르고 가벼우면서 공간도 덜 차지한다.

기업용 SSD는 낸드사업 영역에서 가장 성장이 빠르면서 수익성이 높다. 지난해부터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에 이어 바이두, 알리바바까지 세계 정보기술(IT) 거인들이 잇따라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서고 있어서다. SSD는 HDD보다 소비전력도 적어 기존 데이터센터를 SSD로 바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기업용 SSD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7.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도 3D 낸드가 주로 사용되는 스마트폰이나 소비자용 SSD에 비해 비싸다. 부품 가격을 소비자에 전가하기 힘든 스마트폰 등과 달리 IT업체는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대신 진입장벽이 높다. 고객 데이터가 보관 과정에서 유실되면 클라우드 업체는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는다. 경쟁업체보다 1~2년 일찍 3D 낸드를 제조한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기업용 SSD 시장에서 의미 있는 판매실적을 올린 곳은 삼성전자밖에 없다. SK하이닉스도 2016년 48단, 지난해 4분기에는 72단 3D 낸드를 양산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납품은 스마트폰과 소비자용 SSD에 머물렀다.

이는 낸드사업의 실적 격차로 연결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낸드에서 46%의 영업이익률을 올렸지만 SK하이닉스의 관련 영업이익률은 22%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D램에서 이익률 격차를 10%포인트 미만으로 좁힌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것이다. 이 결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해 약 70%인 삼성전자와 비교해 사업 안정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절치부심 끝에 던진 승부수이날 SK하이닉스가 공개한 기업용 SSD 신제품의 성능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512기가비트(Gb)의 3D 낸드가 사용돼 기업용 SSD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256Gb 낸드에 비해 집적도가 두 배 높다. 데이터 입력 최대 속도는 초당 515메가바이트(MB), 출력 속도는 초당 560MB에 이른다. 2GB짜리 UHD 화질의 영화 한 편을 4초 만에 저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4TB의 용량에는 이 같은 영화 2000편이 수록된다. SK하이닉스는 제품 샘플을 미국 주요 IT업체에 보냈으며 이르면 상반기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용 SSD 생산은 SK하이닉스가 2012년부터 절치부심하며 관련 기술을 개발한 결과다. SSD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에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이 결합돼야 한다. SSD에서 데이터 입출력을 담당하는 컨트롤러가 어떤 공간에 데이터를 넣고, 어떻게 읽어오는지에 따라 성능과 수명이 결정된다. SK하이닉스는 컨트롤러 설계업체인 미국 LAMD를 인수했으며 2014년에는 컨트롤러 소프트웨어업체 소프텍까지 사들였다. 처음 내놓은 기업용 SSD에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SW를 탑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때부터 축적된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해 소비자용 SSD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에는 기업용 SSD를 내놓으며 사업을 확대하게 됐다”며 “자체 기술력만으로 성장세가 높은 기업용 SSD 시장에 진출해 낸드사업 수익률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