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지원 '0'… 기초연구마저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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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 시대 오는데…중국은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을 이용해 7600㎞에 이르는 대륙 간 통신에 성공했다고 지난달 공개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실험위성 모쯔(墨子)호를 쏘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1200㎞ 거리의 교신에 성공하는 등 단계적으로 기술을 끌어올리는 ‘양자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초보 단계지만 무선 양자암호통신 실험이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은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나노기술원에서 50m 떨어진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서 100kb(킬로비트) 속도로 양자의 일종인 광자(빛 알갱이) 신호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112㎞ 거리에서 양자암호통신을 성공한 일이 있다. 당시 실험은 광통신망을 이용한 것으로 무선통신 방식으로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IST 통신 성공에도 '한숨'
정부 "경제성 없다"… 예산 못받아 후속 연구 '발동동'
중국은 양자굴기 '속도'
2016년 위성 발사… 지난 달 7600㎞ 대륙간 통신 성공
무선 양자통신 첫발 떼자마자 ‘중단 위기’양자암호통신은 광자(양자의 일종)의 특성을 이용해 암호를 푸는 비밀열쇠(키) 정보를 실어 나르는 기술이다. 하지만 광섬유를 이용한 유선통신 방식으로는 평균 100㎞까지만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더 먼 곳과 교신하려면 리피터(중계기)나 인공위성을 이용해야 한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은 안보와 보안 목적으로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무선 양자암호통신 분야에 올해 신규 연구비가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축소한 데다 검토마저 늦어지면서 올해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선 양자암호통신을 선점하려면 움직이는 차량이나 항공기와 교신하는 시험을 비롯해 위성이나 천문대를 이용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추가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
해킹 불가능한 ‘꿈의 통신 기술’양자암호통신이 해킹에서 자유로운 건 복제가 불가능한 양자의 특성 덕분이다. 일반 광통신에선 수억 개의 광자 중 일부만 탈취(해킹)해도 정보를 빼낼 수 있다. 반면 양자암호통신은 광자 하나에 정보를 담고 있어 중간에 광자를 몰래 탈취해도 수신자는 금방 암호가 깨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양자 중첩’이라는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양자는 디지털 컴퓨터처럼 0과 1이란 정보 외에도 두 가지 성질이 모두 있는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양자암호통신에선 빛이 일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현상인 ‘편광’을 흔히 이용한다. 암호키 정보를 담은 광자를 수직과 수평 방향 외에도 두 성질이 중첩된 대각선 방향으로 진동하도록 무작위로 쏘아 초기 편광과 같은 성질의 광자가 수신됐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여러 가지 방향을 가진 양자 상태를 중간에서 탈취해 측정하는 순간 하나의 값으로 고정되면서 수신부에 도착하는 광자의 25%는 전혀 엉뚱한 방향을 갖는 오류 신호가 된다”며 “이런 신호를 가진 광자들이 관측되면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암호 시대가 열리려면 송신자와 수신자 간 1 대 1만 가능한 통신 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처럼 다자간에 쓰는 기술을 확보하고 칩을 소형화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차량이나 항공기, 위성 등 장거리 수단과의 연계도 추진해야 한다.
중국은 양자통신 최대 투자국양자암호통신 최대 투자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양자통신위성을 추가로 쏘아 올려 세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KIST에 따르면 양자암호통신을 7단계로 구분할 때 중국은 가장 앞선 6단계 수준이지만 한국은 장비 개발에서 시험에 들어가는 4단계 진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도 국방과 사이버 안보 목적으로 비밀리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04년 오스트리아 빈시청과 크레디탄슈탈트은행 간에 최초로 양자암호통신을 이용한 자금이체를 시연했다. 2007년에는 스위스 지방선거 투표 결과를 수도인 제네바로 전송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수원=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