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 방한, 평화 계기되길" vs "인내 끝난 것 알리러 평창 간다"

한·미, 엇갈리는 대북정책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와 통화 "평화기조 이어지게 노력"

미국 수뇌부 연일 강경 메시지
펜스 "비핵화 전제 안되면 경제·외교적 압박 계속"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방어에만 힘 쏟지 않을 것"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더욱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을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평화 정착의 계기로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에)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러 간다”(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며 섣부른 대화에 선을 긋고 있다. 한편에선 ‘주한미군 가족 동반 파견 금지 검토설(說)’ ‘대북 폭격 미 중간선거에 도움 발언설’ 등이 보도되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대북정책 논의 여부 언급 안해

미국 백악관은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한 인권개선, 양국 통상현안 해결 등 세 가지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30분가량의 통화에서 대북 압박에 대해 논의했는지는 양국이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 1시간가량의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백악관 발표 내용을 보면 대북정책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논의하지 않았거나, 논의했지만 의견 차이 때문에 아베 총리와의 대화 내용만 소개한 것으로 해석된다.한국과 미국의 평창올림픽에 대한 인식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고위급대표단 파견에 사의를 표명하며 “(대표단을 이끄는) 펜스 부통령 방한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양국 정상 간 통화 후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평창올림픽 참석 목적에 대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순한 북·미 접촉은 있을 수 없으며,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 한 모든 경제·외교적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또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미국 국방 “수비만 하나”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핵 태세 검토 보고서’ 발표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미 본토와 미국의 이익, 그리고 동맹들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모든 힘을 방어에만 쏟아붓진 않는다”며 “누군가 우리와 동맹을 공격하거나 공격을 시도할 때 군사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작전들을 동맹들과 함께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가 1일 ‘국방부가 백악관에 군사옵션을 제공하는 데 미온적이다’는 취지의 기사를 쓴 데 대한 반론이다. 그는 “우리는 외교관들을 뒷받침하는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솔직하게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가족 동반 금지설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 조만간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 NBC방송은 2일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에 파견되는 미군은 곧 가족을 동반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운용 지침을 개정해 파견병들의 가족 동반을 금지하고 근무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그런 계획이 검토된 적은 있지만 실현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미 국방부는 현재로선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가족 동반 규정을 변경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심 한반도 정책 브레인 중 한 명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이 ‘대북타격이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언론 보도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한반도 정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팩트와 주장, 의혹, 희망사항이 혼재돼 떠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