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카톡까톡] 스팅어는 왜 스티븐 타일러와 만났나
입력
수정
스팅어 슈퍼볼 광고에 '록스타' 스티븐 타일러 등장예순 아홉의 스티븐 타일러가 자동차 전용 경주장에 있는 빨간색 스팅어 운전석에 올라탄다. 버튼시동키를 누르고 후진 기어를 넣은 타일러가 뒤를 보면서 가속 페달을 밟자 스팅어는 마치 로켓처럼 후진한다. 차는 180도 돌아 멈춰섰고 스팅어에서 내린 타일러는 1970년대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 많은 팬들이 그에게 환호하고 젊음을 되찾은 타일러는 다시 스팅어를 몰고 질주한다. (스팅어 슈퍼볼 광고)
기아차, 스팅어 타고 '젊음' 되찾는 노장의 모습 그려
기아자동차가 5일(한국시간) 오전 8시30분 시작된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에 미국의 록스타 스티븐 타일러와 함께한 광고를 띄웠다. 60초짜리 광고의 흥미로운 점은 '백전노장' 타일러의 등장이다. 배경음악으로는 45년 전 타일러가 노래한 에어로스미스의 초기 히트곡 '드림 온(Dream On)'이 쓰여졌다. 기아차는 왜 하필 브루노 마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의 젊은 팝스타를 뒤로 하고 노장스타를 광고 모델로 선택했을까. 나이 든 기성세대라 해도 '제로백(0→100㎞/L) 4.9초'의 스팅어를 타면 젊음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팅어는 30대 젊은 이들만 타야하는 차가 아니다. 기아차는 50~60대들도 스포츠 세단을 즐길 권리가 있고, 60대 미국 남성들이 스팅어와 함께하면 젊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려 했던 것 같다. 현대차그룹은 "이노션이 최근 인수한 미국 광고대행사 데이비드앤골리앗(D&G)이 영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스팅어 광고는 배경음악 '드림 온'과 스티븐 타일러의 등장만으로도 미국인들을 흥분시키는 영상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스티븐 타일러가 이끄는 에어로스미스는 지난 40년간 꾸준한 활동을 선보여 '아메리칸 하드록의 제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국가대표급 밴드다. 전성기를 구가한 1987년부터 1993년까지는 빌보드 톱10 히트곡 4개를 포함해 9곡을 빌보드 차트 톱20에 올려놓으며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할리우드 배우 리브 타일러의 아버지인 스티븐 타일러는 미국 서민층에 '보스'로 칭송받는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함께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록 뮤지션으로 꼽힌다. 내년이면 칠순을 바라보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펼치는 에어로스미스의 라이브 투어는 젊은 밴드 못지 않게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기아차는 타일러가 한물간 스타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록스타'라는 것에 주목했다. 슈퍼볼은 지구촌 1억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보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올해 슈퍼볼은 디펜딩 챔피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우승컵을 놓고 싸웠다. 기아차가 슈퍼볼에 스팅어를 띄운 것은 광고 효과를 기대하는 대목이다. 기아차의 첫 스포츠 세단인 스팅어는 국내에서 열띤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은 게 기아차의 바람일 것이다. 스팅어는 현대·기아차 양산차 중 가장 개성 강하고 잘 만들어진 차다. 하지만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프리미엄 고성능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한국에서 스팅어가 입지를 넓히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달 열린 '2018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스팅어는 혼다 어코드에 밀려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진 못했지만 도요타 캠리와 함께 3개 차종이 경합을 벌이는 최종 후보에 올라 이름을 알렸다. 일단 시작은 좋다. 스팅어가 슈퍼볼 광고를 등에 업고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