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미술경매 사상 최대 2300억 목표… 서울옥션·K옥션 '마케팅 전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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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대 경매회사의 마켓 육성전략 들여다보니…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작년 1892억원을 기록했다. 연 25조원대인 세계 경매시장과 비교하면 미미하지만 두 자릿수 성장률(작년 10%)을 보이는 성장기 시장이다. 국내 미술품 경매 양대 산맥인 서울옥션(953억원)과 K옥션(739억원)이 전체 낙찰 총액의 89%를 차지하며 지난해 시장을 이끌었다. 이들 회사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시장의 ‘몸집’이 커지고 있다.
창사 20주년 맞은 서울옥션
8일 홍콩에 전시장 개관, 10월엔 강남 신사동에 신사옥
외국인·부유층 애호가 공략
낙찰액 1000억 목표 K옥션
IPO 준비작업 본격 돌입
메이저·기획·온라인 경매 통해 매출·영업이익 확대에 총력
두 회사는 올해 낙찰 총액 목표를 2300억원대(서울옥션 1300억원·K옥션 1000억원))로 높여 잡고 진검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옥션은 높은 가격대 작품을 중심으로 매출의 큰 축을 담당하는 홍콩 경매와 서울 강남권 ‘큰손’ 컬렉터 잡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K옥션은 기업공개(IPO)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서울옥션, 홍콩과 강남 부유층에 올인
서울옥션은 약 2조원으로 추정되는 홍콩시장에 마케팅을 집중한다. 해외 컬렉터와 투자자들이 김환기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등 단색화 작가 작품을 중심으로 홍콩시장에서 구입 열기를 높이고 있어서다. 8일 홍콩 센트럴완차이의 H퀸스빌딩에 전시장과 경매장을 겸한 공간 에스에이플러스(SA+)를 개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세 차례 홍콩 경매를 연 서울옥션은 올해는 5월과 11월 두 차례 경매 외에 서너 차례의 기획 경매를 통해 고가 출품작을 대거 늘린다는 복안이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홍콩에서 세 차례 경매를 열어 424억원어치의 미술품을 판매했다.
이 회사는 또 오는 10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지하 5층·지상 8층 규모의 신사옥을 건립, 강남권 부유층 공략에 고삐를 죈다. 강남권 고객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 평창동 본사의 취약점을 보완한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앞으로 강남 신사옥과 평창동 본사, 홍콩 SA+를 삼각축으로 삼아 한국 경매시장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말했다.◆K옥션, 코스닥 상장 준비 박차
2005년 설립된 K옥션은 IPO 준비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2015년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5년 안에 기업공개를 조건으로 300억원(주당 1만5000원)의 자금을 투자받은 만큼 코스닥 상장을 서둘러야 한다. K옥션이 △온라인 경매 플랫폼 강화 △작품 보관을 위한 물류시설 확충 △신규 컬렉터와의 네트워크 형성 △전문인력 영입 등에 공을 들이는 까닭이다.
K옥션은 늦어도 내년 말까지 코스닥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올해 낙찰 총액 1000억원을 넘기는 것이 당면 목표다. 이를 위해 K옥션은 올해 네 차례 메이저 경매와 기획 경매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코스닥 상장 심사 청구와 일반공모 청약 등을 위해 주관사 선정 작업부터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기록 경신 ‘수 싸움’도 치열
두 회사의 판매 경쟁은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65억5000만원으로 국내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김환기의 작품이 국내외에서 러브콜을 계속 받고 있어서다. 서울옥션은 2016년 4월 점화 ‘무제’(48억6750만원)를 고가에 낙찰시켜 국내 미술품 최고가 경쟁에 불을 붙였다. 반격에 나선 K옥션은 같은 해 6월 여름 경매에서 푸른색 점화 ‘무제 27-VII-72 #228’을 출품해 낙찰가를 54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서울옥션은 5개월 뒤 홍콩에서 노란색 점화 ‘12-V-70 #172’(63억원)로 맞대응에 성공했고, K옥션은 청색 점화 ‘고요’(65억5000만원)로 다시 최고가를 썼다.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등의 단색화에도 매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최고가 기록을 쏟아낼지 주목된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김환기와 단색화 가격이 큰 폭으로 뛰어 미술계 안팎에서는 올해는 조금 주춤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하지만 경매시장이 살아나는 추세로 볼 때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