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디지털 변혁 따라가려면 아날로그적 글쓰기·명상 필요"

디지털혁명 해설서 '인생의 밀도' 펴낸 강민구 법원도서관장
디지털 시대 변화에 맞서 아날로그 감성을 기르자는 책이 수두룩하다. 반대로 디지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도 많다. 그야말로 ‘기술’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아날로그 신(神)과 디지털 신(神)이 각자의 세계관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듯하다.

강민구 법원도서관장(60·사진)이 쓴 《인생의 밀도》는 두 흐름의 중재자와도 같은 책이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둔 변화를 오롯이 받아들이기 위해 아날로그적 훈련을 강조한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두 세계가 사실은 하나라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런 원리하에서 ‘생각 근육’을 키우면 한 인간의 밀도가 높아지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게 강 관장이 독자들 앞에 내려놓은 삶의 지혜다.7일 만난 강 관장은 집필 계기부터 풀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강 원장이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라는 제목으로 한 강연이 유튜브에서 170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가 됐다. 강 관장은 “중·장년 세대들에게는 변화를 좇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젊은이들에게는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길잡이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인생의 밀도》를 디지털 혁명 해설서라고 말하는 이유다.

여기서 말하는 ‘밀도’란 무엇일까. 강 관장은 “간절한 공부와 치열한 성찰로 변화를 감당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채워진 단단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그의 삶 속에서 쌓인 지혜의 응축물이다.

그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환경과 트렌드를 이해하겠다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우리 손아귀에 있는 필수 기기들을 이용해 더욱 효율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면 3분의 1의 수고만으로도 10배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모은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명상과 사유를 통해 내면에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생각 근육을 키워야 한다. 생각 근육은 다양하고 깊이 있는 독서와 꾸준한 글쓰기로 키워진다. 여기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우한다. 디지털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아날로그적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변화를 무서워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강 관장은 “혁신을 두려워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며 “스스로 단단해지면 변화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용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8년 의정부지법 판사로 시작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부산지방법원장 등을 거쳐 대법원 산하 법원도서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글=고윤상/사진=김영우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