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밥에 담긴 통일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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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하나 된 열정’이란 주제로 내일 막을 올린다. ‘평창의 꿈’을 품고 4년을 기다려온 젊은이들의 열정과 도전이 올해 어떤 감동의 순간을 선사할지 벌써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북한의 대회 참가 결정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며 평화올림픽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오랜만에 누리는 평화의 기운 덕분에 한편에서는 통일 올림픽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통일과 연관된 얘기가 오갈 때 농촌진흥청장으로서 어느 자리에서나 자신 있게 소개하는 일화가 있다. 한국이 오늘의 발전을 이뤄내는 데 공헌한 7대 과학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통일벼 개발이다. 품종명에서 감지되듯 통일벼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민족의 숙원이 담겨 있다. 더욱 많은 양의 쌀을 생산해 북한의 굶주림을 해결하고 ‘밥’을 매개 삼아 통일을 앞당겨보자는 순수한 소원의 발로다. 지금도 전남 장흥에는 통일의 염원을 이어가고자 통일벼를 생산하는 농가가 있다.통일벼의 다른 이름은 ‘IR667’. 이는 667번째 교배해서 나온 벼라는 의미다. 세계인이 먹는 쌀은 크게 자포니카와 인디카로 나눈다. 인디카형 품종은 쌀 모양이 가늘고 길며 익으면 이삭에서 종자가 잘 떨어진다. 자포니카형 쌀 모양은 둥글고 익어도 종자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 통일벼는 인디카형과 자포니카형을 교배해서 만든 품종이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통일벼를 두고 《라이스 워》를 집필한 이완주 박사는 “1970년 통일벼의 출현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버금가는 업적”이라고 평했다.
통일벼를 기점으로 우수한 벼 품종이 속속 개발돼 농가의 선택폭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농촌진흥청은 좋은 밥맛을 자랑하는 최고 품종의 쌀, 술이나 떡 등 가공 용도에 맞는 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글루텐 함량이 낮아 소화가 쉬운 기능성 쌀 등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육종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쌀에 든 복합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만 구성된 일반적인 탄수화물과 달리 몸에 천천히 흡수돼 포만감이 길고 급격한 혈당 상승을 방지한다.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두 끼 분량의 쌀 포장 상품이 선물용으로 인기라고 한다.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싶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연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로맨틱한 마케팅이다. 서로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것은 사랑을 교환하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라고 한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과 나누는 따뜻한 밥상의 온기가 서로의 마음까지 연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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