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구테흐스 초청했는데… 문 막고 구호 외친 민주노총

연세대 '글로벌 지속가능 포럼'
민주노총 시위대 400여명 몰려
청소노동자 문제해결 촉구 시위
"학교 얼굴에 먹칠" 대학 곤혹
“김용학 총장 정말 못났습니다. 귀빈들이 오신 자리에서 세계적 망신을 자초하는 김 총장은 얼마나 속이 탈까요. 이틀간 엉터리 소리하지 말고 내 집 단속이나 잘 하세요.”(이경자 민주노총 서경지부 연세대분회장)

7일 오후 2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앞 계단은 민주노총 소속 시위대 4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백주년기념관 안에서는 연세대가 야심 차게 준비한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포럼’ 본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시위대는 민중가요를 틀고 율동을 하며 “글로벌 사회 공헌을 논하기 전에 학내 구성원부터 챙겨라” “총장이 직접 나와 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외치는 소리는 건물 안까지 희미하게 들렸다. 이날 포럼에는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장 토드 국제자동차연맹(FIA) 회장 등 국제적 명사들이 참석했다.민주노총 서경지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년퇴임한 청소노동자 자리를 파트타임 노동자로 채운다는 학교 방침에 반발해 지난달 16일부터 연세대 본관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40분께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이 건물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충돌도 빚어졌다.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한 조합원은 연세대 측에 진입을 저지당하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며 “우리는 사람으로도 보이지 않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같은 시간 행사를 총지휘한 반기문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장은 시위대를 피해 건물로 들어갔다.

연세대는 “큰 행사를 여는데 학교 얼굴에 먹칠하는 격”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내일도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하인츠 피셔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들 방문이 예정돼있는 만큼 뜻밖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세대 민동준 행정·대외부총장은 동문에게 ‘청소 경비 용역 노동자들의 본관 점거 사태와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청소노동자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수영/장현주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