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저렴한 LH 공공분양으로 내 집 마련 OK
입력
수정
내 집 마련 성공기(10)중견기업 주임으로 재직 중인 내(37세)가 집을 사야겠다고 결심한 건 2015년 말이었다.
당시 나는 다세대주택 투룸에서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전세로 살고 있었다. 신혼 생활을 시작한 집이었다. 연일 보도되는 집값 폭등 뉴스를 보며 외벌이로 돈을 모아서는 집값을 평생 따라잡을 수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금리까지 오르는 추세여서 언젠가 집을 살 거라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그때부터 아파트 분양 공고를 보면서 입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파트투유 홈페이지를 자주 들여다보고 각종 부동산 관련 카페에 가입했다. 최근 아파트를 분양 받은 주변 지인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분양이 있을 때 마다 부지런히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직장까지의 통근 시간을 최대 1시간으로 잡았다. 다행히 당시 주변에 새 아파트 분양이 많았다. 기왕에 집을 사는거라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이사를 하지 말자는 생각에 학군과 주변 문화·여가시설도 꼼꼼히 살폈다.
마침 모든 조건을 갖춘 아파트의 분양 소식이 들렸다. 수원 권선구 호매실동 B-2블록의 ‘LH칠보마을 9단지’였다. 공공분양 아파트인 만큼 민간 아파트보다 분양가도 낮은 편이었다. 통상 LH 공공분양 아파트는 주변 시세의 80~90%선에 나온다. 청약을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입주 시기도 전세 계약 만료 시점과 맞아 떨어졌다.다행히 당첨됐다는 전화가 왔고 서둘러 서류를 챙겨 현장을 찾았다. ‘이제 다 됐구나’ 생각하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이전 청약 당첨 사실로 인해 부적격 판정으로 당첨이 취소됐다는 거였다. 숨이 턱 막혔다. ‘내가 언제 청약을?’ 생각도 나지 않았다.
빈 손으로 집에 돌아와 아내와 얘기를 하면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탄신도시에 분양이 쏟아지던 때 시험 삼아 아파트 청약을 넣었던 적이 있었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고른 것도 아니었거니와 당시엔 입주를 염두에 두지도 않았던 터라 당첨 소식을 듣고도 심드렁했고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심지어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 아파트가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부적격 처리되면 한동안 청약도 제한된다고 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렇게 멀어져가나 싶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풀이 죽어 지내던 어느 날 눈 앞에 동앗줄이 나타났다. ‘LH칠보마을 9단지’에 일부 미계약분이 생겨 잔여세대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공고가 난 것이다. 무주택자였던 나는 바로 신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이 아파트를 ‘득템’할 수 있었다.분양가는 2억9000만원이었다. 전세금과 그동안 모아둔 종잣돈을 합친 1억3000만원에 대출금 1억7500만원을 더해 집값을 마련했다. 당시 디딤돌 대출의 20년 상환 금리는 3.15%였다. 결혼 기간이 5년을 경과한 탓에 신혼부부 혜택을 받을 수 없었지만 청약통장 보유로 0.1%, ‘생애최초 내집마련’ 제도로 0.2%를 우대 받아 2.75%의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생각없이 질렀던 청약 탓에 첫 집 마련이 실패로 돌아갈 뻔 했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청약 통장을 신중하게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또 청약에서 떨어지거나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낙심하기보다는 정당 계약 후 잔여물량이 남아있는지 공고를 꾸준히 확인하길 바란다.
지난달 드디어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네 식구가 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두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다른 집으로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보길 참 잘했다.
정리=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