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성폭행 논란' 이현주 감독 은퇴 선언 "피해자 고통 간과…인정·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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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감독 은퇴 공식 입장 "더 이상 영화일 하지 않을 것"동성 성폭행 논란으로 영화계를 뒤집어놨던 이현주 감독이 "더 이상 영화일을 하지 않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 감독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 재판의 과정 안에서 저 나름의 아쉬움이 컸다. 이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도 제 입장문을 통해 다시 이해받으려 했다"고 시작되는 입장문을 냈다. 그는 "저의 아쉬움을 풀기 위해 그리고 이해받기 위해 했던 지금의 행동들은 이미 벌어진 상황들에 대한 어떤 면죄부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일로 상처를 받으셨고 그 상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그 날의 일에 대해 전하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그 날 이후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느꼈을 고통에 대해서 간과했다"라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저의 행동들은 너무도 커다란 상처를 줬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라고 전했다. 사건 전 개봉돼 호평을 받았던 영화 '연애담'에 대한 이야기도 건넸다. 그는 "'연애담'을 아껴주시고 응원해 주신 영화인들과 관객분들, 이 영화와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드리게 되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게 영화는 삶의 전부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이상 영화일을 하지 않겠다"라고 결심을 밝혔다.
한편 이현주 감독은 2015년 동기인 A씨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감독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지난 2월1일 피해자인 여성 감독 A씨가 SNS를 통해 '미투' 운동에 동참한다며 이현주 감독과의 일을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며 "억울하다. 합의된 성관계였다"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또 "당시 피해자가 저와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사정들이 있었다"라며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다. 그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입장에서 스스로 너무 괴롭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등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해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성폭행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영화감독조합은 그를 조합원에서 제명했고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도 취소됐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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