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배 동부대우 품는 '딤채 신화'… 박영우의 종합가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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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대우전자, 대유위니아 품으로중견 가전업체 대유위니아가 매출이 자사 세 배에 달하는 국내 3위 가전회사 동부대우전자를 사들인다. 대유위니아를 종합가전업체로 키우려는 박영우 회장(사진)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유위니아, 단숨에 국내 3위 가전회사 도약
이란사 협상권 잃자마자 재도전 '막판 뒤집기'
사업다각화에 해외 생산·영업망 확보 '시너지'
동부대우 재무구조 개선할 자금 투입은 부담
◆‘뒤집기’ 성공한 대유위니아대유위니아는 인수전 내내 이란 엔텍합컨소시엄, 터키 베스텔 등 해외 가전업체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엔텍합컨소시엄에 돌아갔다. 하지만 엔텍합이 정밀실사 과정에서 가격 인하를 요구해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하자 추가 협상을 통해 동부대우전자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대유위니아는 김치냉장고 에어컨 밥솥 공기청정기 등 주방가전 중심의 가전업체다. ‘딤채’ 출시 이후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20년째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증가한 5026억원, 영업이익은 44.1% 늘어난 113억원을 거두는 등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김치냉장고 판매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가 넘다보니 사업 구조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유위니아는 동부대우전자 인수를 계기로 김치냉장고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또 동부대우전자의 해외 영업망을 활용해 본격적인 판로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중국과 중남미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대우전자가 멕시코 중국 말레이시아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대유위니아가 동부대우전자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점은 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5년 만에 주인 바뀌는 동부대우
DB그룹(옛 동부그룹)은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사명을 동부대우전자로 바꾼 지 5년 만에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DB그룹은 2013년 총 2700억원을 투입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사들였다. 부족한 자금은 KTB 프라이빗에쿼티(PE), SBI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로 충당했다.
당시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를 투입할 만큼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는 그룹 재도약을 위한 승부수였다.하지만 인수 후 동부대우전자의 재무 구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FI들이 투자 당시 내건 ‘동부대우전자가 순자산을 1800억원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이 돌출됐다. 2016년 말 기준 동부대우전자 순자산이 1600억원까지 떨어지면서다. FI들은 지난해부터 대주주 지분을 묶어 팔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DB그룹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FI들의 투자금을 대부분 갚아줘야 한다”며 “DB그룹은 매각 종결에 큰 변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김익환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