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한 대표단 방남 앞서 "긴밀공조"… 대화·압박 '방점'엔 차이

文대통령·펜스, 164분간 회동…"한미동맹 어느때보다 강력" 메시지 발신
文대통령 "다각적 대화 노력" 강조하면서도 북미대화 직접 언급 안해
펜스 부통령 "최대한의 압박"에 무게…미국의 결의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
한미 대북대응 '보폭 맞추기'…"최대압박 통한 北비핵화대화 이끌기 원칙" 확인

8일 저녁 청와대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회동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하루 앞두고 한미 양국의 공조를 새롭게 다지는 자리였다.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한미 양국이 굳건한 동맹관계를 토대로 긴밀하게 보조를 맞춰나가는 원칙론을 재확인하고 "한미동맹에 어떤 균열도 없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2시간44분간에 걸쳐 접견과 만찬을 이어간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회동 첫머리에서도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공조'로 화두로 대화를 풀어나갔다.문 대통령은 "늘 강조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 간의 빈틈없는 공조이며, 펜스 부통령이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그런 공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고, 펜스 부통령은 "강력하면서도 절대 깨뜨릴 수 없는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보폭 맞추기'에 나선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지만, 대북 공조의 '방향'을 놓고는 방점의 차이가 읽혀졌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에 대한 대응기조를 놓고 문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대화'에, 펜스 부통령은 '압박'에 각각 무게를 싣는 모습이었다.우선 문 대통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확고한 대북압박 기조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이끌어냈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고리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접견 자리에서 "우리로서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북한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고, 이어진 만찬에서는 "다각적인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다각적 대화'를 언급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조성된 남북간 해빙무드를 토대로 북미대화에 나서달라는 우회적인 주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북미대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당장의 북미대화에 부정적인 미국의 입장을 간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압박하듯이 거론하는 것은 양국 공조 측면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정 중국 상무위원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지도록 중국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펜스 부통령은 "미국은 북한이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북한 핵무기 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그날까지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특히 "미국의 이런 결의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역내 동맹 뿐 아니라 한국 국면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명시적으로 핵 포기 의사를 밝히고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근본적 태도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한 북미대화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기조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를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펜스 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의 필요성을 꺼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으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양측의 이 같은 입장차는 기본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의 의도를 놓고 서로 상이한 해석과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서는 모양새와 태도에 상당히 진지한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으나,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대북 공조의 기본 틀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회동결과로서 "최대한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끈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전략적 협력과 공동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희망하는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거듭 수용했고, 북미대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정확한 의중을 탐색해보는 차원에서 대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서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힌 자리였다"며 "필요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펜스 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인도 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언급을 내놔 주목된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70년 가까이 인도 태평양 지역의 두 국가의 국민을 위해 평화·번영·안보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이 같은 요구에 우리 정부가 이미 난색을 표한 상황에서 펜스 부통령이 다시 지역 안보문제를 강조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우리 정부는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는 적극 참여하겠지만 한반도를 넘어서는 현안 대응에 있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